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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04 낭송회. 춘천글소리 #8 소리와 거리 그리고 우리 @춘천 축제극장 몸짓 / 주관 춘천글소리낭송회(김금분 회장) / 김영녀 강원여성가족연구원장님과 함께 하다

지식 칼럼/지식소통

by 지식소통가 2015. 4. 5.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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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송회. 춘천글소리 #8 소리와 거리 그리고 우리 @춘천 축제극장 몸짓 / 주관 춘천글소리낭송회(김금분 회장) / 김영녀 강원여성가족연구원장님과 함께 하다 


2015.04.04 

춘천 축제극장 몸짓에서 열리는 낭송회, 춘천글소리 여덟번째 행사에 다녀왔다. 

'봄이 오는 시내'라는 예쁜 이름의 춘천...

시댁이기도 한 춘천과의 인연은 어언 20년이 넘어간다. 


<소리와 거리 그리고 우리>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번 낭송회의 초대시인은 문정희님이었다. 


낭송회·춘천글소리 

#8

소리와 거리 그리고 우리 


2015.04.04

축제극장 몸짓

주관: 춘천글소리낭송회

주최:청선문화예술원

후원:강원도 강원문화재단 



김원태 교수의 진행으로 시작된 낭송회... 

낭송회 중간중간 보여지던 작품은 유해점 작가의 것이었다. 마치 사진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선명함이라니...

시와 어울리는 작품이었다. 




춘천글소리낭송회 김금분 회장님의 인삿말 중에 유독 귀에 남는 구절이 있었다. 감사인사도 시를 읊는 것 같았다. 


"봄입니다. 새로 돋는 이파리마다 무슨 소리가 들립니다. 아직 소란스럽게 북적거리지는 않지만, 때를 준비하는 물꼬들이 길을 만들고 있습니다. 어떤 소리는 그 거리만큼 다가가서 귀를 대봅니다. 모두가 신생이라서 자박자박 꼬르륵, 그러나 사실은 엄동의 혹한을 역설로 걷는 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나간 겨울과는 정반대의 발가락들이 지나가는 이 자리에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 중략


새봄에 첫 막을 열게 됨을 기쁘게 생각하며, 모두 우리의 마음이 되어 뜨거운 박수 보내주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춘천글소리낭송회 회장 김금분 


인삿말을 읽기 전 김영녀 강원여성가족연구원장님과 엠유 매니지먼트 조연심을 소개해주셔서 깜짝 놀랐다. 

아주 중요한 사람이라고 소개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감사인사를 하고 있는 춘천글소리낭송회 김금분 회장




첼로 3중주 Muse Ranger의 공연

어쿠스틱밴드 아이보리 코스트의 공연... 



드디어 초대시인 문정희 선생님을 만났다. 

보여지는 이미지처럼 강한 자신감이 묻어나는 굵은 목소리로 한 자 한 자 읽어내려가는 자작시 낭송... 



화장을 하며


문정희 


입술을 자주색으로 칠하고 나니 

거울 속에 속국의 공주가 앉아 있다

내 작은 얼굴은 국제 자본의 각축장

거상들이 만든 허구의 드라마가 

명실공히 그 절정을 이룬다

좁은 영토에 만국기 펄럭인다


금년 가을 유행색은 섹시브라운

샤넬이 지시하는 대로 볼연지를 칠하고

예쁜 여자의 신화 속에

스스로를 가두니

이만하면 음모는 제법 완성된 셈

가끔 소스라치며

자신 속의 노예를 깨우치지만

매혹의 인공향과 부드러운 색조가 만든

착시는 이미 저항을 잃은지 오래다


시간을 손으로 막기 위해 육체란 

이렇듯 슬픈 향을 찍어 발라야 하는 것일까

안간힘처럼 에스테 로더의 아이라이너로 

검은 철책을 두르고

디오르 한 방울을 귀밑에 살짝 뿌려 마무리 한 후 

드디어 외출 준비를 마친 속국의 여자는

비극 배우처럼 서서히 몸을 일으킨다





유방


문정희 


윗 옷 모두 벗기운 채 

맨살로 차가운 기계를 끌어안는다

찌그러지는 유두 속으로 

공포가 독한 에테르 냄새로 파고든다

패잔병처럼 두 팔 들고

맑은 달 속의 흑점을 찾아

유방암 사진을 찍는다

사춘기 때부터 레이스 헝겊 속에

꼭꼭 싸매 놓은 유방

누구에게나 있지만 항상 

여자의 것만 문제가 되어

마치 수치스러운 과일이 달린 듯 

깊이 숨겨 왔던 유방

우리의 어머니가 이를 통해

지혜와 사랑을 입에 넣어 주셨듯이

세상의 아이들을 키운 비옥한 대자연의 구릉

다행히 내게도 두 개나 있어 좋았지만 

오랫동안 진정 나의 소유가 아니었다

사랑하는 남자의 것이었고

또 아기의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나 지금 윗옷 모두 벗기운 채

맨살로 차가운 기계를 안고 서서

이 유방이 나의 것임을 뼈저리게 느낀다

맑은 달 속의 흑점을 찾아

축 늘어진 슬픈 유방을 촬영하며 







김원태 교수와 토크쇼를 하고 있는 시인 문정희... 

어떤 질문에도 짧고 강렬한 자신의 언어를 이야기할 줄 아는 여자였다. 


"시인이 먹어야할 유일한 것은 고독, 
마셔야할 유일한 공기는 자유다."


여자가 봐도 멋진 여자였다. 

짧디 짧은 시 한 구절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런 멋진 자리에 함께 해 주신 김영녀 강원여성가족연구원장, 퍼스널브랜드PD 박현진과 인증샷!!! 



센스 만점이신 김영녀 강원여성가족연구원장님이 김금분 춘천글소리낭송회 회장님께 보낸 철쭉 화분... 

무대 입장하기 전 만날 수 있는 봄이었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춘천에서 누린 시 한자락의 여유로움!!! 


내 삶에도 이런 쉼표를 만들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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