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심이 만난 e-사람] 영화 <올드보이>, <아저씨>, 다큐멘터리 <남극의 눈물>, <북극의 눈물> 등 지구의 눈물 시리즈 작곡가 & 여성최초 음악감독, 심현정 작곡가를 만나다
[조연심이 만난 e-사람] 영화 <올드보이>, <아저씨>, 다큐멘터리 <남극의 눈물>, <북극의 눈물> 등 지구의 눈물 시리즈 작곡가 & 여성최초 음악감독, 심현정 작곡가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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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타이타닉>의 OST 셀린 디온의 ‘My heart will go on’, <보디가드>의 OST였던 휘트니 휴스턴의 'I will always love you' , <명성황후> OST 조수미의 ‘나가거든’ 등은 영화보다 더 영화를 빛낸 주역이다. 때론 영상보다 오랜 여운을 남기는 것이 영화음악이다. 이렇게 영상에 음악의 색을 입혀 진한 감동을 선사해주는 사람이 있다. 음악감독 심현정 작곡가다. 그녀는 영화 <올드보이>, <아저씨>, <황제펭귄 펭이와 솜이>, <늑대소년> 외에도 극장판 <아마존의 눈물>, MBC TV 다큐멘터리 지구의 눈물 시리즈의 음악을 맡았다. 여성 최초 영화음악 감독으로 영상에 음악을 삽입하여 영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는 그녀에게 개인브랜드 방정식 5T(Talent, Training, Talk, Time, Timing & Dream)에 대해 물었다.
음악에 재능Talent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계기는 언제였나요?
5살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해 중학교까지도 취미 수준으로만 피아노를 연주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성당에서 파이프 오르간을 연주할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음색이 다양한 파이프 오르간으로 바로크 시대의 음악을 연주하면서 점점 음악에 빠져들었습니다. 기악과 파이프 오르간을 전공하고 싶었으나 당시는 피아노로만 테스트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피아노에 별 재능이 없는 것 같다’는 음악 선생님으로부터 듣게 된 한 마디로 인해 자포자기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좋아하던 피아노 앞에서 눈물을 흘리던 저는 작곡가였던 오빠에게 청음테스트를 받게 되었습니다. ‘절대음감이 있다’는 오빠의 말을 계기로 저는 작곡가로서의 길을 가게 되었습니다.
작곡가는 인문계 출신이 많은데 기술 보다는 음악적 감각이 더 중요하고 창의성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음악 없이 악보만 보고 부르는 시창도 천부적인 재능을 보이면서 작곡가가 잘 맞는다는 알게 되었습니다.
서양음악을 공부했기에 미국 뉴욕대학에서 음악 공부를 하면서 영화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1990년대 중반 한국의 영화산업이 관심을 받기 시작했고 마침 영상에 작업한 음악을 넣어서 발표하는 게 수업이었는데 칭찬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영화음악에 재능을 발견하게 된 후 2000년 귀국해서 한국 영화산업 현장에 투입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화계가 워낙 불확실하고, 안정적이지 않은 데다가, 남성위주의 문화였기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가장 빠르게 소통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술문화에 익숙해지면서 무리 없이 그 문화에 익숙해질 수 있었습니다. 영화에서 총 책임을 맡은 작품을 하면 입봉이라고 하는데 2004년 <누구나 비밀은 있다>로 입봉을 하고 그 후 <올드보이>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당시 답답한 현실과 속상하고 억울했던 심정이 올드보이와 잘 매칭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 후 짧은 공백기를 거쳐 영화<아저씨> 음악을 맡았고, TV 다큐멘터리 ‘눈물’ 시리즈를 하게 되었습니다. 북극의 눈물, 남극의 눈물 등을 하고 나니 사람들은 심현정의 눈물이라고 인정해 주었습니다. 영화음악이 다라고 생각했던 제게 다큐멘터리 음악은 영화보다 더 큰 감동과 기회를 안겨 주었고 그 음악을 계기로 전화위복이 되었습니다.
2013 제천 콘서트 진행중인 심현정 음악감독
자신만의 훈련Training법은?
어떤 음악이던 물리적으로 시간이 필요합니다. 작곡을 전공했지만 피아노 전공자만큼은 아니더라도 하루 7시간씩은 연주해야 했습니다. 음악적 자질을 위한 훈련은 기본이었고, 문화예술을 즐기면서 신문 읽는 것도 좋아했습니다. 세계정세, 외교, 사회면도 즐겨 보았습니다..
음악은 창작이기에 자신의 철학이 투영되어야 합니다. 음악만큼 진실한 것도 드믑니다. 음악은 거짓말을 못합니다. 인풋Input이 그대로 아웃풋Output으로 나오는 게 바로 음악입니다.
미국에서 작곡 레슨을 배울 때 선생님은 내 음악을 듣더니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여기에 네가 어디있니?"
그 말을 듣고 기술적인 것만 연마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창작이라는 게 기술적인 음악이 아니라 내적인 연마가 중요하다는 것을 그때서야 깨닫게 된 것입니다.
다양한 문화, 다양한 사람이 공존하는 뉴욕에서 다양한 장르를 즐기는 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삶의 방식으로 불교를 받아들였고 성당도 즐겨 다닙니다. 일이 없을 때는 템플 스테이를 통해 ‘비워라, 내려 놓아라’를 배울 수 있었고 ‘구하라! 그러면 얻을 것이다’ 라는 기독교 교리도 배우게 되었습니다.
2013 제천 콘서트 지휘
힘든 시간은 언제고 찾아오게 됩니다. 항상심을 유지하기 위해 명상을 즐겨 합니다. 힘든 시기에는 저와 비슷한 사람의 처지를 보며 공감하고, 책을 보거나 계속 연마하고 있는 작가나 음악을 들으면서 영감을 계속 살려내기도 합니다. 여행을 하면서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 위안과 공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모르는 공간에 나를 떨어뜨려놓는 경험은 좋은 감성을 얻게 합니다.
나를 잊어보는 경험이 도움이 되기도 했습니다.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인가?
여행을 통해 낯선 공간에서 나를 발견하게 되는 경험이 나를 성장시킨 원동력 중 하나입니다.
어떻게 소통Talk 하고 계신가요?
음악가니까 당연히 음악을 통해 소통을 하고 있습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을 분석해서 대중에게 잘 받아들여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면서 소통을 합니다.
사실 음악을 통해 영화 속에서는 소통의 매개 역할을 하지만 현실에서의 소통은 쉽지 않습니다.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와의 소통이 저에게는 더 어렵습니다. 좀 더 시간을 함께 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2009 ESFF 심사위원들(가운데가 심현정 음악감독)
영화음악을 하려는 후배들에게 좌절하지 않고 이 분야에 적응하게 하기 위해 함께 영화도 보고, 고전도 읽으면서 멘토링을 해 주고 있습니다. 제가 하는 프로젝트에 후배들을 투입해서 자기를 발견하게 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사실 여성 후배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빠른 팀웍이 중요한 영화산업에서 편하게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바로 술자리를 함께 하는 것입니다. 물론 여행이나 스포츠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요. 사실 이쪽 분야의 사람들 대부분이 소극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기에 소통의 중요성이 그 어느 곳보다도 부각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또한 온, 오프라인으로 소통에 신경쓰려고 애쓰고 있답니다.
지금까지 시간Time을 견딘 지혜는?
사실 지금까지 단 하나의 목표만을 보고 가지 않았습니다. 반드시 하겠다고 하는 것을 하게 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떤 계기를 통해 나의 재능을 발견하게 되고, 그 재능을 연마하기 위해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고 싶은 것만 하다보면 스스로를 파악하지 못하게 됩니다. 끊임없이 나를 발견하는 게 중요합니다. 궁극적인 목적지는 있어야 하지만 가는 길은 다를 수 있습니다.
사실 생각이 많아지고, 고민이 생길 때면 전 가평 꽃동네를 방문해서 몸으로 봉사를 하곤 합니다. 아무 생각없이 힘들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머리 속이 맑아지면서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를 깨닫게 합니다. 힘든 사람들을 도우러 가는 거지만 한편으로는 제가 위로와 격려를 받고 오는 때가 더 많습니다.
2014 아르코예술 인문 강연
예측가능하다는 것이 때로는 우리를 불행하게 하는 지도 모릅니다. 지도상에 없는 여행지를 만났을 때 진정한 여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자유롭게 나를 내려 놓는 것, 나는 끝까지 갈 수 있다는 믿음으로 긴 시간을 견딜 수 있었습니다.
진짜 좋아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지요.
제가 음악을 좋아했기에 어떤 순간에도 견딜 수 있었습니다. 돈과 명예만으로는 보상받을 수 없는 음악 자체가 주는 행복과 감동이 시간을 견디게 한 힘입니다.
인생 최고의 때Timing는 언제인가요?
고민 걱정 없이 하루하루 감사가 이어질 때가 최고의 때겠지요. 사실 인생 자체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작업할 때는 항상 힘들지만 때론 말할 수 없이 즐겁기도 합니다. 어떤 창작활동이던 고민과 고통이 수반되지만 그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과 보람은 말할 수 없고, 좋은 작품과 맞아떨어지면 금상첨화가 됩니다. 특히 영화음악은 순수음악처럼 혼자 하는 게 아니고 다른 스텦들과 공동작업을 하다보니 영화적으로 완성도 높은 작품을 남길 때가 최고의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올드보이>를 하면서는 하루 4시간만 자고도 즐거웠고 다큐멘터리 ‘눈물 시리즈’를 하면서는 그 안에 자연, 사람, 동물, 자연의 강함, 숭고함, 환경의 변화를 겪으면서 인간과 동물의 삶이 참 아름답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음악가인 저는 음악을 하고 있을 때가 언제나 제 인생 최고의 때입니다.
제천 눈물시리즈 콘서트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그때그때 하고 싶은 것이 바뀌긴 하지만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무대 음악을 하고 싶습니다. 발레리나를 꿈꿨지만 집안의 반대로 하지 못했기에 액션 영화, 춤 몸동작을 표현하는 음악을 해 보고 싶습니다. 대사가 없는 무대를 음악으로 채워보고 싶습니다.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가정과 일을 조화롭게 하는 것은 저도 어렵습니다. 영화음악이라는 일이 집중과 몰입을 요하는 일이라 균형잡힌 삶이 어려운 게 사실이니까요. 그래서 그런지 제 주위에는 결혼한 여성감독이 없습니다. 겉만 여자고 일은 남자처럼 하는 게 다반사랍니다. 그렇다고 독신주의자는 아닙니다.
"~해야 한다."고 하는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자신을 구속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것을 벗어버리려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합다. 남이 나를 보는 것에 너무 구속되지 않았으면 좋겠고 다양한 삶의 모습을 체험해보기 위해서라도 여행을 가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한 분야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산다는 것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것도 대한민국에서 여성 최초 음악감독이 되기까지 그녀가 겪은 일을 말로 다 어찌할 수 있을까 싶다. 분명 모진 외풍에 거칠대로 거칠어졌을 거라 상상했던 것과는 달리 내가 만난 음악감독 심현정은 그 누구보다도 부드럽고 여린 여성의 모습, 그 자체였다. 나긋나긋한 목소리와 말하는 내내 잔잔한 음악선율이 들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거기다 여자인 내 눈에도 아름다운 작곡가가 바로 심현정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음악은 결코 조용하거나 여성적이지만은 않다. 그녀의 음악 속에는 그녀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겪은 인생사 모두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그녀가 만들 영화음악이 기대된다. 영화 속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을 통해 그녀와 만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여성가족부 주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주최
2014 열린 네트워크, 대한민국 최고에게 3T를 묻다 시즌 4
여성최초 음악감독 심현정 편을 기대해 주세요.
2014년 10월 29일 광화문 KT 올레스퀘어 4-6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