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부터 두 개의 사찰(미황사,대흥사)을 들르고 서울로 돌아오던 길에 들른 원숭이학교... 어떤 학교인지 정말 궁금했던지라 호기심을 가지고 원숭이학교 입구에 섰다. 그러나 시간이 늦어 원숭이공연과 중국기예단 공연이 모두 마감을 했단다. 그래도 원숭이나 악어는 볼 수 있다고 하여 비싼 입장료(어른 6,000원 청소년 5,000원)를 내고 눈으로 구경만 했다.
마감 시간 전 30여 분만을 남기고 들어갔기에 서둘러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발 아래로 보이던 악어떼들의 더위를 피한 게으름을 보면서 덥긴 덥구나를 느낀 순간이었다. 옆 건물에 자리했던 곤충관과 다양한 허브 식물들을 모아논 곳을 보면서 왜 원숭이학교라 명명했는지 솔직히 의아하긴 했다. 결국 원숭이 서너 마리만 보고는 다녀 왔다는 경험만 했지 좀 아쉽긴 했다. 물고기를 직접 잡아보는 체험 이벤트가 있긴 했지만 좀처럼 잡히질 않아서 허망함을 더했다.
사진 찍으려고 다가간 앵무새들을 손 위에 올려주어서 신기한 경험을 하긴 했다. 발가락으로 꽉 움켜쥐던 그 힘이 지금도 느껴져 저절로 오금이 저리기만 하다.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기억에 남는 유일한 순간이기도 했다. 새들과 대화를 나누는 일은 우리 모녀에겐 먼 일인 듯 싶더라.
원숭이학교에서 원숭이는 한마리도 찍지 못하고 머리 위로 보이던 조롱박에 눈이 끌려 선명한 하늘을 배경으로 마지막 한 컷을 찍었다. 한 여름을 보내면서 뜨거운 햇살과 시원한 바람, 그리고 궂은 비바람을 견디고 나면 단단한 박으로 자라나겠지... 모진 시간을 견뎌낸 댓가로 주어지는 튼튼한 박이야말로 우리 인생살이와 그다지 다르지 않음을 본다. 우리가 점점 단단해지는 것도 그런 시간들을 견뎌내는 여유로움의 결과가 아닐지...
누군가 이렇게 말한다. 인생은 결국 기다림의 연속이라고... 무던히 기다릴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자라야 아니 그저 그렇게 기다리지만 말고 순간순간 즐길 수 있어야만 먼 훗날 되돌아보며 참 행복했더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고 말이다.
그 기다림의 시간을 소중한 두 딸과의 추억으로 채울 수 있어서 그 해 여름은 참 행복했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