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심의 브랜드 칼럼 9]
소통의 법칙 1: 빠른 세상 속에서 느리게 살기
느리게 사는 삶을 외치는 섬이 있다. 완도에서 배로 40여 분 가면 만날 수 있는 청산도다. 전라남도 완도에서 주관하는 청산도를 알리고 여행상품 개발을 위한 팸투어에 초대되어 가게 되었다. 청산도는 개인적으로 이번이 다섯 번째였는데 갈 때마다 섬이 주는 편안함에 낯설지 않은 그런 곳이었다. 2009년 12월 세계치타슬로연맹에서 청산도를 슬로시티로 선정하고 2010년 4월에 가고 싶은 섬으로 지정되었다. 뛰어난 자연경관과 웰빙수산으로 그 진가가 드러나고 있는 청산도는 2011년 2월 18일 세계슬로길 1호로 지정되는 쾌거를 올렸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제주의 올레, 지리산의 둘레길이 있는 것처럼 청산도에는 슬로길이 있다.
42.195km에 맞게 11개 코스로 구성된 슬로길은 그야말로 하늘, 바다 그리고 산을 따라 섬 주변을 느리게 걸으면서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슬로길을 따라 걷다 보면 처음에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그러다 아무런 소음도 없는 길을 그저 걷고 또 걷다 보면 내 안의 작은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리고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이고 어떤 것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도 생각하게 된다. 때론 마음을 불편하게 했던 일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겨져 왜 그리 아등바등 살았나 하는 회의도 들게 된다. 결국 느리게 걷는 그 시간이 나와의 소통을 원활하게 해 주는 중요한 시간이 되는 것이다.
도심에서의 나의 발걸음은 마치 누구에게 쫓기듯 언제나 바쁘기만 하다. 깊은 생각을 할 틈도 없이 앞만 보고 걷는 게 대부분이다. 거기다 걸을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자가용을 이용하는 나는 운전하면서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주위의 소음과 어딘가 목적지에 시간 맞춰 도착해야 한다는 불안감에 깊은 생각을 할 마음의 여유가 없다. 도심의 시간은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 중요한 미팅이라는 명목 하에 하루에도 몇 개의 미팅과 회의를 하다 보면 어느새 마음을 잡고 글을 쓰거나 책을 읽을 여유가 없다. 그렇다고 그 시간이 쓸데없는 시간이라는 뜻은 아니다. 분명 중요한 미팅이고 시급한 논의를 하기 위한 만남이므로 피할 수만은 없다. 그러다 보면 마음이 바빠져 늘 분주하게 살게 되고 마음 놓고 어딘가에 집중할 수 없게 되는 게 사실이다. 거기다 그런 분주한 일상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면 내가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 같고 나 없이는 아무 것도 돌아가지 않을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결국 다른 사람과의 잦은 만남이 오히려 내 마음 속의 편견과 아집으로 인해 진정한 소통을 막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나는 과감하게 결단을 내렸다. 일상의 분주함을 피해 여행을 가기로 한 것이다. '휴식과 책 쓰기를 위한 여행' 이 여행의 컨셉이었다. 제주도 바닷가 인근의 펜션에서 2주일을 보냈다. 하루 중 대부분을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나머지는 올레길을 걸었다. 어떤 날은 10km 이상을 걷기도 했다. 온전히 내 몸이 시키는 대로 쉬고 싶을 때는 쉬고 쓰고 싶을 때는 쓰고 먹고 싶을 때는 먹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니 오히려 시간의 흐름을 통제할 수 있었다. 바쁜 일상에서보다 더 많은 것들을 소화해내고 있는 나를 보게 된 것이다. 거기다 나 없이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 같은 모든 것들이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을 보니 내 생각이 얼마나 부질없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겸손해졌다고나 할까! 역시 가끔은 멀리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모든 것을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아무리 바빠도 바늘 허리 매서 못 쓴다는 말이 있다.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옛말이 하나도 그른 것이 없는 걸 보면 선조의 지혜가 놀랍기만 하다. 인생의 중요한 결단을 하거나 나에게 꼭 필요한 무언가를 하기 위하여 가끔은 바쁜 일상을 떠나 느리게 사는 삶을 권하고 싶다. 그 시간을 통해 나를 만나고 세상과 제대로 소통할 수 있다고 하는 사실을 먼저 깨달은 사람의 세상과 소통하는 팁(Tip) 정도로 여겨주면 좋겠다.
지식소통 조연심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개인브랜드 사관학교 주임교수이자 개인브랜드전문가로 저자, 강사, 인터뷰어, 칼럼니스트, 북TV365 브랜드쇼 진행자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퍼스널 브랜드의 시대가 온다] 출간예정/ [나는 브랜드다(2011)], [나의 경쟁력(2010)],[여자, 아름다움을 넘어 세상의 중심에 서라(2009)]가 있다. 블로그 www.mu-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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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칼럼은 김경호 대표의 VIVID BNT에 기고한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