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용두암 photo by Kang
"이쯤이면 됐겠지?"
"아니 저 앞에 보이는 산인가?"
"저 고개만 넘으면 용두암일거야"
용두암! 앞으로 7.2km 표시를 본 지 한 시간이 훌쩍 넘었건만 걸어도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설마 지나온 건 아니겠지 싶어서 자꾸 뒤를 돌아보기도 수차례 반복했다.
용이 되지 못한 한을 품고 하늘로 올라가지 못해 그 흔적을 남겼다는 그곳! 용두암...
첫날 우리가 묶고 있던 내도동에서 가장 가까이 보이던 도두봉을 용두암이라 여기는 만행을 저질렀다.
지도에도 잘못 표기되었다고 하는 깜찍한 오해를 한 것이다.
그러나 용두암은 멀쩡히 존재하고 있었다.
내도동 삼다도펜션에서 걸어서 3시간 이상을 가니 그 곳에 떡하니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가는 길에 독일의 로렐라이 언덕에 있는 소녀상도 만났다.
공항 활주로를 벗삼아 끝없이 이어지던 신호등 없는 도로에서 가슴까지 벙 뚫릴 것만 같은 파란 하늘도 만났다.
제주를 상징하는 들녁의 돌담 아래로 봄을 재촉하는 초록의 생명들도 만날 수 있었다.
여행은 길을 잃어도 좋다. 그 길에서 뜻하지 않은 행복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던 표현이 떠오른다.
그랬다. 용두암이 가까이 있지 않아도 좋았다. 가는 길목에서 탄성을 자아낼 만한 또다른 기쁨들과 만났기 때문이다.
걷고 또 걷다 보니 어느새 이정표는 2.4km 를 가리키고 있었다.
숫자 개념이 약한 K와 나는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될거라 믿었다.
그런 나의 인내심이 한계를 발해 튀어나온 말 "용두암 어딨어?"
이 말에 정은이는 배꼽을 잡고 웃었다. 그게 그리 웃겼나?
여하간 우여곡절끝에 도착한 용두암!!! "에게게 저게 용두암이야? "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고 했던가? 너무 큰 기대를 하고 왔기에 보이는 용두암이 그저 화강암 돌덩이로만 보였다.
그래도 얻은 지혜는 있다.
이르지 못할 곳은 없다. 포기하지 않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