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이 정해준다는 말을 믿습니까? >
독일의 유명한 작곡가 멘델스존의 할아버지 모세 멘델스존은 체구가 아주 작은 데다
기이한 모습의 곱추였다.
어느날 모세 멘델스존은 함부르크에 있는 한 상인의 집을 방문했다가 상인의 딸
프롬체를 알게 되었다. 첫눈에 반한 그는 그녀를 향한 절망적인 사랑에 빠졌다.
그러나 외모가 흉측한 그에게 프롬체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냉담하기만 했다.
이윽고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다가왔을 때 이미 사랑에 빠지고 만 멘델스존은
용기를 내어 프롬체의 방을 노크하고는 들어갔다.
그러나 천상의 아름다움을 지닌 그녀는 멘델스존에게 눈길조차 주질 않았고,
절망에 빠진 그였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지금 이대로 돌아가면 그녀와 영영 대화를 나눌 기회조차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저어......"
몇 차례 대화를 시도했지만 프롬체는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마침내 멘델스존은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당신은 결혼할 배우자를 하늘이 정해준다는 말을 믿습니까?"
프롬체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며 차갑게 대답했다.
"그래요. 당신도 그 말을 믿나요?"
모세 멘델스존이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한 남자가 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신은 그에게 장차 그의 아내가 될
사람을 정해주지요. 제가 태어날 때도 미래의 제 아내가 정해졌습니다.
그런데 '너의 아내는 곱추가 될 것이다.'라고 신이 말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놀라 신에게 소리쳤습니다.
'안됩니다. 신이시여! 제 아내가 될 여인이 곱추가 되는 것은 비극입니다.
차라리 저를 곱추로 만드시고 제 아내에게는 아름다움을 주십시오.'
그렇게 해서 저는 곱추로 태어난 것입니다."
그 말을 끝내는 순간 프롬체는 고개를 돌려 모세 멘델스존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 순수한 눈빛을 통해 어떤 희미한 기억이 떠오르는 것 같았다.
프롬체는 그에게로 다가가 가만히 그의 손을 잡았다.
훗날 그녀는 모세 멘델스존의 헌신적인 아내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 '톡 쏘는 101가지 이야기' 에서 -
우크라이나 키예프의 도심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