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e-사람] 스무 살의 나와 경쟁하는 위대한 열정멘토, 히트곡 제조기 작곡가 윤일상을 만나다. by 지식소통 조연심
눈 앞의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100년 후에도 나의 노래를 듣게 될 사람들을 생각하며 진심을 담아 곡을 만든다는 작곡가 윤일상… ‘나의 경쟁 상대는 스무 살의 나’라며 성공에 취해 나태해지거나 실패에 낙담하려는 자신을 다잡는다. 될 때까지 하면 안 되는 게 없다는 그의 지론대로 지금 나의 자리에서 포기하지 않고 열심을 다하다 보면 그걸로 족하다는 게 인생철학이다. 히트곡 제조기, 위대한 멘토 윤일상이 만들어 가는 윤일상 브랜드는 어떤 것일까?
이은미의 애인있어요, 김범수의 보고 싶다, 씨크릿 가든OST 김범수의 나타나... 폴 포츠의 I'm missing you 등 불후의 명곡을 작곡한 윤일상...
음악적 재능을 발견하게 된 계기는 언제?
어렸을 적부터 음악은 늘 내게 친근했습니다. 어머니가 피아노를 치셨고 외가 쪽은 대대로 클래식 집안이었지요. 4살부터 곡을 들으면 즉석에서 연주를 할 정도로 나름 천재성이 있었다고 합니다. 사실 전 그림을 그리고 싶었지요. 중학교 시절 데생 숙제를 해 가면 누나가 해 줬다고 혼나고 했습니다. 있지도 않은 누나가 대신 했다고요. 작곡을 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미술을 했을 거에요.
음악이나 글처럼 모든 창작은 고도의 집중을 요하는 작업이지요. 원하는 음이 안 나올 때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자신을 몰아갑니다. 분산된 에너지를 모아 최고조로 끌어올려 음으로 만들어 내는 것, 특별한 모티브, 가수와의 교집합적 소울 등을 시간 안에 뽑아내야 하는 것이죠, 그 순간만큼은 내가 아닌 내가 일하고 있는 거에요. 집중하는 순간에 방해하면 내가 아닌 나를 건드리는 것이죠. 그렇게 하는 이유는 진정으로 100% 감성을 담지 못하면 대중에게 어필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공식에 의해 곡을 썼다면 지금의 자리에 있지 못했을 겁니다.
내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음악 앞에서는 겸손하게 됩니다. 특히 신 앞에서는 더욱 그러하구요. 전 19살에 데뷰 했어요. 곡을 처음 쓴 것은 초1,2학년이었던 것 같아요. 가사에 곡까지 만들었는데 8년차 동생이 태어나면서 동생에게 선물로 준 최초의 곡이었지요. 이런 기념비적인 곡들은 앞으로도 발표하지 않고 저를 아는 사람 몇몇만 공유하게 되겠지요. 그런 재미도 있어야지요.
피아노를 치는 손, 트렌드를 채집하는 감각, 멜로디를 담는 진심엔 주말도 없는 철야가 필요하다.
히트곡 제조기라는 별명이 있는데 윤일상식 훈련법이 있다면?
위대한 탄생2에 나오는 멘티들에게 해 주는 말이 있습니다.
“잘 못할 수는 있지만 열심히 하는 것으로는 뒤지지 마라. 1등을 원하지는 않는다. 하는 만큼은 스스로 열심히 하는 것에 뒤지지 마라. 가장 잘하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취약점을 알고 인정하고 노력하여 극복하라. 자신만의 장점에 더 많은 시간을 들여라. “
고음이 안 되고 저음이 되는 친구에게 고음 연습을 시키면 목이 망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러다 보면 자신감을 잃게 되죠. 그래서 고음 연습보다는 저음 연습을 시켜 내성을 키우고 자신의 색을 표출하게 하여 자신감을 표출하게 합니다. 그렇게 최고의 저음을 만들면 고음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저는 저만의 스타일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락(Rock)을 좋아했지만 부질없어 보였습니다. 그들 이상을 하려면 너무 벅찼지요. 태어날 때부터 경계가 확실하게 결정된 분야였던 거지요. 그러다 그들 감성을 따를 필요가 있을까? 다름을 인정하고 대신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을 하자고 결심했습니다. 팝(Pop)을 좋아했지만 한국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싶었지요. 그러다 트로트와 댄스 합작품인 영턱스클럽의 [정]을 만들었지요. 처음엔 다들 어색해했지요. 결국엔 성공했지만 말이에요.
감성이 주가 된 댄스음악.. 생경하지만 달랐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흔히 해 왔던 대로 할 거면 하지 마라. 습작은 많아야 한다. 하지만 자신만의 것을 해라. 다른 것을 해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습작, 습작, 범작, 수작이 나오는 거다. 인내하고 견디는 게 필요하다. 빨리 잘 되는 것을 원하는데 그래서 빨리 포기하게 된다.”
위대한 탄생2의 멘티와 함께 한 멘토 윤일상
저는 될 때까지 했습니다. 될 거라는 믿음이 있었거든요. 맨 처음 월세로 시작했는데 그 때 진짜 행복했었습니다. 더 이상 잃을 게 없었으니까요. 그 시절 어머니가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상거지가 따로 없다” 법조인이기를 바랬던 부모님의 뜻과는 달리 방황과 반항을 일삼던 제가 어설프게 니체와 같은 철학가의 염세주의에 빠져 락밴드에 심취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시절에도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던 것이 지금의 저를 만드는 데 한 몫 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역사책을 즐겨 읽습니다. 역사는 인간의 삶 자체니까요. 그 안에는 사랑, 분쟁. 슬픔, 분노가 있고 그것이 극작에 도움이 됩니다.
음악이기 이전에 내 삶이 더 중요합니다.
현재 젊은이들의 음악에 대해 견해는?
창작에 있어 좋고 나쁨은 무의미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오래갈 수 있으려면 진정성이 있어야 하지요.
잠깐의 히트를 위함이라면 오래갈 수 없지요. 다양성을 인정하는 편입니다. 거친 돌이 있어야 빛나는 돌도 있지요. 여러 가지 색이 공존할 때 아름다운 색을 알아볼 수 있는 거니까요. 모두 다 아름다운 색이면 진짜 아름다운 색을 가리기 어렵잖아요.
오랜 시간 소통하기 위해 힘써야 하는 것은?
진정성을 담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하지요. 실제로 내가 슬픈 감정을 가지고 해야 조금 전달됩니다. 곡을 만들어서 대중에게 전달되기 까지는 그 과정이 복잡합니다. 작곡 -세션 -보컬 -믹스 -컷팅 -유통... 최초 감성이 낮은 작품은 마지막 순간이 되면 거의 무감각할 때가 많지요. 열정적인 감정이 100% 담겨야 대중에게 그 느낌이 제대로 전달될 수 있습니다. 도자기 장인이 노이즈를 보면 기냥 깨는 게 정상이듯이 저한테도 미발표 곡이 500곡이 넘습니다.
100년 후에도 내 곡을 듣게 될 사람들을 향하여 곡을 작곡합니다. 어느 시간에도 결국 인간의 감정은 같을 거니까요...
본질을 흔들지는 못하지만 유행은 바꿀 수 있습니다. 트랜드에 맞춰 곡을 만드는 것도 즐겨하는 편입니다.
“말로 하지 말고 네가 하고 있는 일로 말을 해라. 입편곡, 입작곡 하지 마라”
자신감이 없으면 말이 많아지지요. 노력하는 과정이 적었다는 것이고 기본부터 의심받게 됩니다. 그러니 매 순간 열심히 해야 하구요 집중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래야 자신감이 생깁니다.
시간을 견디는 지혜가 있다면?
작곡가는 음악계에서는 약자입니다. 88년 저작권협회가 생겼지만 말뿐이었고 과거엔 제대로 인세를 받아본 적이 없었지요. 작곡가는 스텦의 한 사람이라 제대로 된 인정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오래도록 남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드는 것이 바로 내가 갈 길이다. 음악 자체에서 공경심을 받을 정도로 진정성 있게 만들자. 지금 공부해야 내일의 음악을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같은 음악을 반복해야 하니까…’
아무리 현실이 힘들어도 음악을 하고 있다는 순간만큼은 행복했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답니다.
많은 분들이 제 작품을 알아보는 순간이면 작곡하기 잘 했다 싶습니다. 하지만 제 곡에 대해 악평을 듣게 되면 마음이 무너집니다. “내 자식한테 하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차라리 나를 욕해라..”
99가지 장점이라도 1가지 단점을 찾게 되는 게 민심인가 봅니다. 끝을 보게 되는 사람들 때문에 감성을 많이 다치게 됩니다.
“음악으로 이야기하자”
위대한 탄생2의 멘티들에게 말합니다. 방송이 끝나도 음악은 끝나지 않는다고.
결국 저는 진짜 멘토이고 조력자이고 싶습니다. 그들이 음악을 포기하지 않는 한…
“저는 음악과 결혼했었습니다.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
독신주의... 원해서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결국 사진 한 장으로 결혼을 결심했습니다.
아무도 나의 음악에 질투하지 않을 여자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녀에게는 음악도 경쟁상대는 아니었나 봅니다. 그녀는 가족이니까 음악에 질투하지 않게 하고 있습니다... 완벽한 내 꺼니까요.
안정감... 생활,, 심적인 부분까지… 이해심 많은 와이프가 있어 응원해주고 있어 행복합니다.
영원한 내 꺼니까 음악한테 질투하게 안 하겠다는 윤일상...
최고의 때가 언제라 생각하는지?
언제나 내일(Tomorrow)입니다. 지금은 아직 아니니까요. 최고의 때가 될 때 음악을 그만하게 되겠지요. 작품에는 최고란 없는 것 같습니다. 개인 스스로에게 있어 대표작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지요. 늘 아쉽고 모자란 부분이 보이니까요. 마지막 순간에 정점을 찍는 곡이 최고의 곡인 것 같습니다. 결국 음악 하는 사람이니까 최고의 작품은 마지막 죽기 전에 나올 것 같습니다. 불후의 명곡…
나는 언제나 내 곡에 내가 가진 모든 걸 담는다. 내 이름을 걸었으니까...... 윤일상
정준하가 말하는 윤일상...
불을 지펴도 녹지 않는
얼음 조각처럼,
그가 만든 음악이
대중의 품에서
영원히 녹지 않고
진한 감동을 전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
나는 일상이가 진정 빛나는 이유는 그가 '지난 20년 이상 오직 음악 안에서만 살아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청춘들은 아프고, 힘들다고 위로 받고 싶어 하지만, 일상이는 자신의 청춘을 아픔을 느낄 여유마저 없을 정도로
오직 음악에만 전념했다. - 정준하
윤일상, 정준하...
이은미가 말하는 윤일상
그는 오늘도
불가능에 도전하고 있고,
그의 열정으로 만들어지게 될 최고의 명작은 아직도 만들어지고 있다.
어느 날, 그는 곡을 쓰다가 56시간 만에 잠을 잤다는 소리를 하기도 하고, 수많은 곡을 쓰면서도 어떤 날은 뮤지컬 음악감독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드라마 OST를 책임지기도 한다.
한 사람이 세월에 관계없이 끊임없이 아름다운 곡을 써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가수 이은미
가수 이은미
[나는 스무 살이다]도 음악처럼 오래도록 기억되고 오아시스처럼 삶에 힘이 되는 책이었으면 하는 바램을 끝으로 열정 멘토이자 진정한 작곡자 윤일상과의 인터뷰를 마쳤다. 그가 만들어 갈 음악은 앞으로도 사람과 사람 속에서 진심을 담을 것이기에 오랜 시간 우리들 마음 속에서 삶의 희로애락을 노래할 거라 믿는다. 그런 그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