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얼굴
사는 게 힘들다고 말한다고 해서
내가 행복하지 않다는 뜻은 아닙니다.
내가 지금 행복하다고 말한다고 해서
나에게 고통이 없다는 뜻은 정말 아닙니다.
마음의 문 활짝열면
행복은 천개의 얼굴로
아니 무한대로 오는 것을
날마다 새롭게 경험합니다.
어디에 숨어 있다 고운 날개 달고
살짝 나타날 지 모르는
나의 행복
행복과 숨바꼭질하는
설렘의 기쁨으로 사는 것이
오늘도 행복합니다.
[이해인산문집] 꽃이 지고나면 잎이 보이듯이 중에서
요즘은 내가 나에게 준 여름휴가 기간이었다. 그래서인지 집에서 여유롭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 음악도 듣고 책도 읽고
밀린 TV 드라마도 보고 아이들과 쇼핑도 하고... 평소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는 내가 모처럼 행동을 멈추고 생각이라는 것도 많이 하고 했다.
생각 하나.
어제 감사원 비리 관련 청문회 도중 고위간부가 동작대교에서 투신자살을 하려다가 미수에 그친 뉴스를 보았다. 순간적으로 얼마나 창피할까 생각하면서 살아난 것에 대해 웃음거리처럼 지나가듯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그 사람이 김경호 대표와 친분이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모르는 사람이었을 때는 아무런 거리낌없이 죽는 게 낫다고 말을 했건만 막상 아는 사람이라고 하니 살아있음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나 이기적이고 줏대없는 생각인가? 마침 암 투병중인 이해인 수녀의 산문집을 읽고 있었을 때라 생명 그 자체의 경이로움과 매일매일의 일상이 주는 소소한 기쁨에 대해 생각하던 나는 이번 자살미수 사건에 연루된 사람을 보며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조금의 가능성이라고 있으면 붙잡고 싶은 소중한 생명이건만 누군가에게는 진실을 대면하기 어려워 그냥 놔버리고 싶은 하찮은 생명인건가 싶었다. 산다는 게 뭘까?
세상에 값진 죽음은 없다 - 무사 백동수 중에서
생명을 가진 이는 모두 소중하다. 그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현재 처한 환경이 어떠하든지 간에 말이다.
생각 둘.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이라 하더라도 가끔은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위해 나를 내려놓아야 한다면 어떨까? 옳고 그름보다는 그저 물 흐르듯이 그래서 진흙탕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그 말이 마음으로 와 닿지 않는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가슴에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려나?
생각 셋.
썩은 사과는 도려내야 한다고 누군가 말했다. 또다른 이는 세상에 조금이라도 썩지 않은 사과가 어디 있을까라고 했다. 누가 누구를 도려낼 수 있단 말인가?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이해하지만 오늘만큼은 나는 나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싶은 이기를 부리고 싶다.
생각 넷.
해야 한다는 생각과 하기 싫다는 마음이 싸움을 벌인다. 긴 투쟁끝에 결국 해야 한다는 생각이 이겼다.
생각 다섯.
언제나 한결같음이 좋은 것일까? 세상이 변했을 때나 사람이 변했을 때도 늘 같은 생각, 같은 마음으로 대하는 것이 한결같음일까? 그게 늘 의문이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는 것만이 진리라고 했는데... 오늘도 내 마음은 수십번 왔다갔다 했다. 그럼 나도 내가 아닌 건가?
수평선을 향해 가는 걸까? 지평선을 향해 가는 걸까?
행복하다고 말하면 더 행복해질까 싶어 아무 생각없이 말하고 싶다. 나는 행복하다.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