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있는가?
끝이 뾰족한 가시의 몸이 그 어느 가지보다도 부드럽다는 사실을...
나무가지에 붙어있는 가시는 손으로 떼어내면 의외로 쉽게 떨어진다.
보기에는 날카로워보이지만 실상 생긴 지 얼마되지 않은 가시는 가시로서의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저 자신이 가시라고 하는 것을 과시하고 있을 뿐...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상황은 달라진다.
가시의 속이 점점 굳어지면서 단단하고 날카로운 가시 자체로서의 위엄과 위력을 갖게 된다.
결국 스스로의 벼림을 거쳐 자신의 본성대로 자라난 것이다.
이호태우해변가 어느 풀숲에서 photo by Kang
내 삶도 가시와 같은 벼림이 필요했었다.
날카롭게 날을 세워 방어를 한다 해도 솜방망이처럼 아무런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니 여기저기서 휘둘러대는 공격에 맥없이 쓰러지기 일쑤였겠지.
하지만 그런 순간순간에도 시간은 여지없이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점점 나의 본성과 이성을 찾아 새롭게 무장을 하기 시작했다.
때론 부드럽게
때론 날카롭게
다른 사람이 함부로 하지 못할 날카로움 속에 누구든 필요한 사람에게는 그야말로 부드러움 그 자체로 다가갈 수 있도록
나는 오늘도 나를 벼리고 있다.
차가운 겨울바람에도 의연히 자신을 벼리고 있는 나무 가시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