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여자가 정말 아름다워 보일 때는 언제일까?
매릴 스트립과 앤 헤서웨이 주연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보았다. 영화를 보면서 직장에서 그것도 고약한 상사 아래서 살아남는 법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미란다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패션잡지인 [런웨이]의 편집장이자 패션계의 전설이다. 그녀의 말 한마디면 회사 전체가 비상이 걸리고 ,비서의 운명이 좌지우지되며, 입 한번 오므리는 행동에도 패션쇼 품평회가 연기될 정도로 그녀는 절대적인 존재이다.
또 다른 주인공인 안드리아는 뉴욕지 기자나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인 문학소녀였는데 졸업 후 어느 곳에서도 면접제의가 없자 패션잡지인 런웨이에 비서로서 면접을 보게 된다. 패션감각은 없지만 나름대로의 스타일과 자존심을 인정받아 취업된 후 미란다의 가혹한 시험과도 같은 매일매일을 철저하게 잘 버텨나간다. 그러다가 미란다로부터 쌍둥이들이 있는 뉴욕으로 갈 비행기 티켓을 구하지 못한 실수를 타박당하자 디자이너인 나이젤에게 푸념을 늘어놓는다.
안드리아: 잘 하면 당연하고 못하면 생난리에요.
나이젤 : 그럼 그만둬
안드리아: 그게 아니라 노력한 만큼 인정받고 싶다는 말이에요.
나이젤 : 위로를 바래? 칭찬을 받고 싶다고? [런웨이]에는 전설의 디자이너들이 이 자리를 위해 죽는 시늉을 하는 사람들도 많아. 그런데 그저 스쳐지나가는 너한테 미란다가 이해를 해야 한다고? 칭찬을 해야 한다고?
디자이너인 나이젤의 도움으로 안드리아는 나날이 멋진 여성으로 변모한다. 그렇게 변해가는 그녀를 보며 남자친구와 다른 친구들은 그녀가 변했다고 생각한다. 직장에 적응하고 완벽하게 일을 처리하느라 다른 사람들을 전처럼 자상하게 챙기지 못하는 안드리아는 또다른 스트레스를 갖게 된다. 그런 그녀에게 나이젤은 충고한다.
" 한 쪽이 잘되면 한 쪽이 탈이 나는 법이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순 없는 거야"
안드리아의 완벽에 가까운 업무처리와 점점 세련되어 가는 외모에 마음을 열게 된 미란다는 그녀에게 프랑스를 함께 가자고 제의한다. 그 곳에서 그녀는 런웨이 잡지사의 비리를 듣게 된다. 이미 정상의 자리에 올라간 잡지라서 이젠 비싼 돈을 쓰면서 미란다를 고용할 필요가 없다고 이미 회장도 승인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 사실을 미란다에게 알리기 위해 안드리아는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미란다는 역시 프로이고 한 수 위였다. 회장이 자신을 대신해 편집장으로 세우려고 했던 사람을 파트너회사로 보내고 회장과도 강력하고 자신있게 협상을 한다. 그것도 회장이 어찌할 수 없는 무기를 가지고 말이다. 그것은 다름아닌 그녀가 채용한 디자이너, 사진작가, 편집자, 작가, 모델 등이 미란다가 회사를 옮길 경우 함께 옮기겠다고 연대서명한 리스트를 들고 말이다.
숨 막히는 순간의 멋진 역전승이었다. 참 스릴 넘치면서도 치밀한 그녀의 준비성에 놀랐고 그렇게 일에만 중독된 것 같은 지독한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함께 하겠다고 약속한 사람들을 보며 그녀만의 리더십에 또 한 번 놀랐다.
미란다는 안드리아에게 말한다.
"우린 비슷한 것 같아. 사람들의 심중을 꿰뚫어보고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할 줄 안다는 점에서 말이야"
모든 사람들이 선망하는 직업인 미란다의 비서역할을 과감하게 그만두고 안드리아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직업을 위해 떠난다. 그리고 출판사에서 면접을 보게 된다. 출판사 편집장은 안드리아의 품평을 듣기 위해 런웨이에 연락을 했었는데 미란다로부터의 친필로 된 편지를 받았다.
" 내게 가장 큰 실망을 안겨준 비서다. 그러나 채용하지 않으면 당신은 멍청이다"
편집장은 미소 지으며 일을 꽤 잘했나 보다고 말했다. 결국 그 친필 편지 덕분에 그 출판사에 취업하게 된 것이다. 짧은 글이지만 그 어떤 장황한 추천장보다 위력을 발휘한 것이다. 나이가 들었지만 미란다는 여자가 보기에도 멋진 여성이었고 존경할만한 리더였다. 그녀가 보여준 리더십은 여성으로서 매력을 잃지 않으면서도 모든 면에 있어서는 철저한 프로근성으로 실력을 인정받아야 하고 거기다 인간적인 끌림까지 갖추는 것이었다. 내가 어떤 모습의 여성이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직장생활을 해야 하는지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하는 의미 깊은 영화였다.
여자가 여자다워야 한다는 말을 인정하게 된 것은 사회생활을 하고 10년이 넘은 후이다. 외모는 중요하지 않다고 실력만 갖추면 된다고 여기고 겉만 보고 판단하는 사람들을 신랄하게 비난하곤 했다. 그런 생각을 했기에 나는 나의 외모에는 신경 쓰지 않고 살았다. 하지만 세상은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특히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에게 있어서의 외모나 이미지는 성공의 가능성을 확실하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분위기나 상황에 맞게 의상을 준비하고 그에 맞는 헤어스타일을 만드는 것은 일단 첫인상에 있어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스스로도 만족스러운 외모를 가지게 되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전 직장을 다닐 때에는 외모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실력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과 겉모습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조직 내에서는 실력이 있으면 어느 정도 나의 외모적 콤플렉스는 커버가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1인 기업으로 독립한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나와 경쟁하는 사람들은 일단 겉모습부터 달랐다. 비싸 보이는 정장에 명품가방, 그리고 세련된 화장까지...... 나로선 그들과 첫 대면을 하는 순간 주눅이 들었다. 나도 실력 면으로는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는데 그것을 증명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문제가 있었다. 일단 첫 만남에서 호감을 주지 못하면 지속적인 만남에 제약이 생기고 그러면 필요한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워낙 나를 꾸미는 것에는 문외한인 관계로 나의 이미지를 바꾸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이 때 친구의 도움으로 다이어트를 시작하게 되었고 운동도 병행하여 나 스스로 만족할 만큼의 변화를 만들어냈다. 멋진 정장 스커트를 입을 수 있게 되자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도 전과는 다르게 자신감이 생겼다. 만나는 사람마다 "예뻐졌다, 살 많이 빠졌다, 비즈니스 우먼 같다"라는 말을 해주니 더욱 신이 난 것이다. 나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했을 일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니 가능해진 것이다. 지난 10년간 내적인 아름다움을 만들고 지키느라 애썼는데 이제 외적인 아름다움의 중요성도 깨달아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얼마 전 함께 미팅을 갔다 오던 직원이 이런 말을 했다.
"외모가 참 중요한 것 같아요. 그 사람을 보고 함께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야 하는데 아닌 사람을 보면 더욱더 내 관리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미팅 상대방의 모습이 그다지 깔끔하지 않았기에 일도 잘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게 하는 사람이었다.
전문적인 실력을 키우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이해하려는 따뜻한 마음을 갖는 것은 내적인 아름다움을 갖추는 것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외모도 경쟁력인 시대다. 디자인에 따라서 상품의 가치가 달라지는 것이 지금의 트렌드이기도 하다. 성형수술로 얼굴을 뜯어 고치라는 말이 아니다. 깔끔한 외모, 때에 맞는 복장 그리고 호감을 줄 수 있는 악세사리 등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내적인 아름다움을 갖추지 않으면 그 위력은 금세 사라지게 된다. 상사가 인정할 만큼, 그것도 누구나 인정하는 그런 상대방으로부터 인정받는 실력 갖추고 세련된 겉모양까지 신경 쓴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