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친구는 언제 보아도 반갑다.
오랜 시간 함께 있지 않아도 시간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던지
사회적으로 큰 성공을 하던 하지 않았던
만나면 반가운 이가 바로 오래된 친구다.
결혼 20년만에 남편은 그런 친구를 만났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좋았다.
얼마만인가?
노란 성게알의 고소함을 느끼며
손바닥만한 전복회의 싱싱함을 만끽하고
쉴 새 없이 나오던 해삼물의 전야제가 끝나고 나니...
사수만수횟집의 하이라이트 삼보찜이 나왔다.
3가지 보약이 되는 재료를 한 데 넣고 쪘다는 삼보찜.
주인 아저씨가 추자도 출신이라 개발했다는 메뉴다.
게, 참조기, 계란을 약돌 위에 다시마를 깔고 그 위에 얹어 자체 수분만으로 쪄낸 게 바로 삼보찜이다.
보약은 제철에 나는 싱싱한 산물을 먹는 거라던데 걷고, 쉬고, 먹기만 하는 이번 여행은 그야말로 심신에 보약이었다.
제주에서 나는 한라산물 순한소주다. 제주 사람이 순한 이유가 이런 것인가?
저 멀리 보이는 이가 바로 남편의 대학친구 권준길씨다...
가족을 모두 만났는데 너무 친근하게 대해주어 그 간의 시간격차를 잊을 수 있었다.
우리 신혼집에도 놀러왔다는데 큰 애 기저귀 갈던 것도 기억나고 우리집에서 연탄불에 개구리를 구워먹었다는 경악을 금치못하는 사건도 이야기해 줬다.
그런데 우린 둘 다 기억무근.... 이게 어찌된 사건인가?
멀쩡한 신혼집에서 개구리를 삶아 먹었다니...
전복내장을 양념해 만들었다는 게우밥...
배가 너무 불렀지만 서울가면 먹지 못한다는 생각에 쓱쓱 비벼서 게 눈 감추듯 먹어치웠다.
이런 비빔밥은 젓가락으로 비벼야 제 맛이라고...
사수만수 횟집 주인장 어르신...
사람 좋게 생긴 사장님은 술 한 잔 받고는 기분 좋으셨는지 입까지 가리고 미소가 가득하다.
사수만수 횟집: 제주시 서해안로 348-1(도두 2동) / 064- 743-8828
자연산활어를 믿고 먹을 수 있는 집이라고...
우리가 먹은 회는 황돔이었다..
나는 하얀 것은 다 광어인 줄 알았는데 제주에선 광어를 데코레이셔으로나 쓴다고!!!
회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자신있게 추천하고 싶은 곳이었다.
마지막에 나온 미역지리...
개운한 맛이 일품...
근데 하루종일 걷고, 수다떨다 와서 너무 먹었는지 두통이 생길 지경이었다.
잠시멈춤...
배가 너무 불러 멈추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는 상태가 되었다...
이제 제주도에 가면 아는 사람도 있어서 왠지 더 친근한 느낌이 든다.
남편의 친구 권준길 씨
엄지항공 현혜정 사장님
그리고 곳곳에서 만난 맛집 사장님들...
길 가다 만난 해녀나 사투리 팍팍 쓰는 지나가는 행인까지도 이젠 낯설지가 않다.
2시간 동안 수다떨며 저녁을 먹고 다시 서귀포시에 있는 산방산 근처 펜션으로 향했다...
무서운 밤길 옆에서 대화라도 해 주면 좋으련만
코 골며 자는 이 남자가 20년간 함께 산 내 남편이라는 사실을 뼈속깊이 각인할 수 있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