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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e-사람] 무형문화재 전주비빔밥 명인 1호 가족회관 김년임 할머니, 전주음식지킴이로 고집스런 외길인생 by 지식소통 조연심

소통인터뷰 & 토크쇼/조연심이 만난 e-사람

by 지식소통가 2011. 11. 26.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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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은 절대 손님상에 내어놓지 않는다

1980년 전주비빔밥 전문업소로 문을 연 가족회관의 주인은 전라북도 지정 향토전통음식 심의위원이자 전주음식명인 1호로 지정된 김년임 할머니다. 개업 첫날부터 오늘까지 직접 주방에서 조리하는 김년임 할머니의 이유 있는 고집은 바로 스스로 만족하지 못한 음식을 손님상에 내지 않겠다는 결심이다.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쉴 새없이 움직이고 있는 김년임 전주비빔밥 명인


전주 완산시 중앙동에 가족회관을 시작하기 전에는 같은 건물 1층에서 음악감상실을 운영했다. 음악을 좋아하는 그녀는 하루 종일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 젊은 청춘들의 낭만과 휴식을 제공했었다. 그러다 끼니때가 되면 음악감상실에 남아 있던 사람들에게 공짜 밥을 먹였다. 가게에 오래도록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은 대부분 돈이 없다는 것을 안 김년임 할머니는 쌀 한 줌만 더 얹으면 되는데, 된장 한 숟가락만 더 풀면 되는데……’ 이런 생각으로 밥 때가 되어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밥그릇 하나를 더 올려놓는 것으로 그녀의 후한 음식인심이 시작되었다. 나중에는 공짜 점심을 먹으려는 사람으로 가게가 북적거렸다. 손맛이 좋은 할머니는 결국 같은 건물 2층에 오로지 전주비빔밥 한 가지만을 취급하는 가족회관을 시작하게 되었다. 비빔밥이 할머니의 인생이요, 인생 자체가 비빔밥일 만큼 비빔밥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은 팔순을 바라보는 지금까지도 그대로 지켜지고 있다.

마늘을 일일이 깍아 꽃모양으로 만들고 있는 명인 손... 김년임 할머니의 이런 정성이 가족회관을 지금처럼 지켜갈 수 있는 거 아닐까? 손 참 아름답다...


 벼슬하는 집 딸이었던 김년임 할머니는 결혼 전 손맛이 예사롭지 않은 친정어머니로부터 음식 하는 법을 철저하게 배웠다. 어머니는 색다른 음식을 할 때마다 자녀들을 불러 세워놓고 일일이 설명을 해 가며 손수 만드는 법을 보여 주셨고 그 과정을 꼼꼼히 기록했던 그녀는 후에 엄한 시집살이에도 기록하고 배우는 모습으로 시어머니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예전에 전주에서는 결혼을 하면 3년 동안 친정에 갈 수 없는 엄한 시집살이를 해야 했다. 특히 시어머니는 김년임 할머니에게 혹독한 시집살이를 시켰는데 그 시간을 견디면서도 시댁의 탁월한 장맛의 비법을 하나하나 기록하며 음식의 기본기를 익혀나갔다. 지금도 가족회관에서 사용하는 모든 장은 김년임 할머니가 직접 담가 사용한다.

사진촬영을 위해 급하게 만들어 나온 전주비빔밥... 오색고명들이 다채롭다.



 전주비빔밥에 올라가는 고명을 신선로처럼 배열하기 시작한 것도 바로 김년임 할머니의 손길에서 시작되었다. 향이 좋은 천엽전은 부스러기가 많이 남았다. 그래서 음식을 다 하고 그 위에 얹기 시작했다. 볶은 은행도 그냥 놓으면 예쁜 모양이 나오지 않아서 일일이 실에 꾀어 목걸이 모양으로 올려 놓았다. 그런 식으로 무지개색에 맞춰 밥 위에 덮은 것이 지금의 비빔밥에 올라가는 신선로 모양의 고명으로 변한 것이다.

가족회관의 트레이드마크 중 하나인 부푼 계란찜...



김년임 할머니만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부푼 계란찜 또한 가족회관의 명물이다. 단체급식으로 나오는 차디찬 계란찜을 보며 따뜻하고 부드러운 계란찜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한 할머니가 수 많은 밤을 새워가며 부푼 계란찜을 만들기 위해 태워먹은 그릇과 깨먹은 뚝배기만 해도 한 트럭이 넘는다. 그러다 어린 시절 친정어머니가 해 주던 카스테라에 생각이 미쳤고 카스테라처럼 부드럽고 봉긋하게 부풀어 오른 계란찜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무엇을 하든 하겠다고 생각하면 기필코 해내고야 마는 김년임 할머니의 고집과 집념은 가히 명인 1호 칭호가 아깝지 않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한식의 세계화는 우리 것을 그대로 전달해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 식재료 그대로를 사용해야 하는 법이다.”
임금님 수라상에 올라가던 전통 그대로를 살리면서도 서양의 색과 모양을 가미한 방식이라야 한식의 세계화가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김년임 할머니는 해외 교민들이나 어려운 사람들에게 한국 전통의 맛을 보여주기 위해 손수 말린 호박,대추를 비롯하여 참기름, 참깨, 간장 등을 직접 가지고 간다. 그렇게 까다롭게 고집하는 원칙 때문에 해외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도 가장 한국다운 음식을 대접할 수 있었고 대통령 오찬행사도 주관할 만큼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비빔밥 그릇 앞에 선 전주비빔밥 1호 명인 김년임 할머니



현재 가족회관은 전주비빔밥 전수자인 큰 딸이 함께 운영하고 있지만 지금도 김년임 할머니는 일일이 밤과 마늘을 깍아 손톱보다 작은 꽃을 만들어 예쁘게 고명 위에 얹어 준다. 그런 정성과 고집스런 원칙이 모여 제1호 음식명인이라는 칭호와 전주의 대표적인 향토음식점이라는 명성을 만들어 준 것 아닐까?

 

         

                                                    김년임 전주비빔밥 명인과  지식소통전문가 조연심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가는 손에 대봉시와 제주감귤을 바리바리 싸 주시던 김년임 할머니... 명인이기 이전에 친정 어머니같고 외할머니 같았다. 전주가 더 따뜻하게 와 닿은 순간이었다.

전주비빔밥 명인 1호 김년임 할머니... 고맙습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다이어리알 이윤화 대표의 소개로 전주시와 전주대학교의 향토 음식 스토리텔링 공동마케팅에 들어갈 명인인터뷰를 위해 작성된 글입니다. 온라인브랜드디렉터 강정은과 함께 진행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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