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e-사람] 불가능을 넘어! 세계최초 “굳지않는 떡” 기술 개발자 농촌진흥청 한귀정 과장을 만나다 by 지식소통 조연심
굳지 않는 떡 기술개발자 한귀정 농촌진흥청 발효이용과 과장
“굳지 않는 떡은 기존의 떡 제조공정에 간단한 기계장치인 떡 메치는 펀칭을 과학화하여 인공적인 화학첨가물을 넣지 않고도 오래도록 말랑말랑하게 유지되는 떡입니다. 그렇지만 상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닙니다. 영원히 굳지 않는 떡이라 하더라도 방부제가 없는 식품이기 때문입니다.”
- 농촌진흥청 발효이용과 과장 한귀정
모두들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멥쌀이 굳지 않는다는 것은 학술적으로도 공인된 사실이었거든요.
멥쌀과 찹쌀의 다른 점은 20%의 아밀로펩틴이라는 성분인데 그 성분 때문에 찹쌀은 2일정도 안 굳고 멥쌀은 하루 만에 굳어 버린답니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해결점이 없었지요. 그래서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시작했습니다. 아닌 20%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되는 80%에서 시작을 하게 된 거죠. 결국 그 기발한 발상이 성공의 열쇠가 되었어요. 저희 집은 어렸을 때 떡을 직접 만들어 먹는 집이었어요. 4가지 방법으로 떡을 만드는 데 모두 떡메치는 강도에 따라 그 질감이 틀려지는 것을 보고 힌트를 얻었습니다. 16,000가지가 넘는 실험을 해야 했는데 1,000번 정도 했을 때 가능성이 보였어요. 사실 그 날 굳지 않는 떡 실험의 성공여부를 놓고 48시간 동안을 기다려야 했는데 그 시간이 너무 길었습니다. 3번째 반복으로 성공을 확신했을 때는 완전히 로또에 당첨된 기분 이었습니다. 평소 강심장이던 제 심장도 그날만큼은 심장박동소리가 너무 크게 들릴 정도였으니까요. 작년에 이걸로 최우수연구상까지 받았습니다.
기술이전 받은 업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굳지 않는 떡 기술이 모든 떡에 적용되는 완벽한 기술은 아닙니다. 한 50% 정도에만 적용된다고 보면 됩니다. 떡을 찐 다음 칠
수 있는 떡에만 적용되는 기술인 거죠. 향후 비적용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연구를 할 것입니다.
기술이전 받은 업체들 나름대로 상품화 하는 것은 개별 업체의 몫이긴 하지만 단순하게 떡으로만 재생산하는 건 아닌가 생각합니다. 김밥용 떡, 팥빙수용 떡,여름에 먹는 쿨떡, 샐러드떡복이, 아이스떡뽁이 등 제2,제3의 가공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으면 좋겠어요. 특히 소규모 업체에서는 멥쌀이 찹쌀 가격의 1/3밖에 안되므로 단가 면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굳지 않는 떡에 대한 개인적인 희망은?
제과점에서 떡과 빵이 동시에 판매되는 게 제 꿈입니다. 떡의 경쟁력을 높여 시장을 키우고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쌀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들은 모두 다 떡이 있거든요. 그런 나라들에서도 손쉽게 굳지 않는 떡을 접할 수 있게 하면 좋겠지요. 지금은 떡집에 가야만 떡을 살 수 있는데 제과점이든 편의점이든 언제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손쉬운 떡이기를 희망합니다.
굳지 않는 떡에 대한 오해 하나를 풀어주신다면?
시간이 지나도 굳지 않는다고 하니까 상하지도 않을 거라 생각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굳지 않는 떡은 방부제를 첨가하지 않는 식품입니다. 실온(2~3일, 한여름 1일), 냉장 (4~7일), 냉동(1~2개월 또는 6개월)처럼 보관방법에 따라 그 유통기간이 달라진다는 것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어떤 기술이든지 개발이 되어 성공적으로 정착이 되려면 최소 몇 년은 기다려야 됩니다. 굳지 않는 떡도 마찬가지지요. 기술개발은 작년에 했지만 1년이 넘은 요즘에서야 조금씩 판매가 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상품이 모든 국민에게 인식되려면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거에요. 연구개발자 입장으로 이 기술이 단순히 이전시킨 떡으로만 있는 것보다는 여러가지 기술과 접목되어 떡 유통시장의 판로를 넓힐 뿐만 아니라 한식의 세계화에도 기여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쌀소비 촉진에도 지대한 기여를 하게 되겠지요. 향후 손에 달라붙지 않는 떡도 만들고 치는 떡 외에 찌는 떡을 비롯한 모든 떡에 굳지 않는 떡 기술을 개발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과 도움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착한 마음, 착한 기술, 착한 제품인 굳지 않는 떡이 착한 소비에 많은 기여를 했으면 좋겠다는 말로 농촌진흥청 한귀정 과장과의 행복한 떡 이야기를 마쳤습니다. 모두 아니라고 할 때 포기하지 않고 될 때까지 도전한 그녀의 열정과 도전정신이 굳지 않는 떡이라는 불가능을 현실로 만들었습니다. 향후 그녀의 손에 의해 만들어 질 또 다른 불가능이 어떤 가능성으로 변할지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