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가면 누구나 한번 쯤은 가보고 싶어하는 곳이 있다. 바로
그 나라의 전통적인 물건이나 잡동사니들을 싸게 사고팔 수 있는 벼룩시장이다. 예전에 프랑스 파리에서도 잠깐 들러서 이것저것 눈요기만 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시간만 있으면 흥정도 하고 기념사진도 찍고 하면서 그 나라 전통과 풍습에 쉽게 빠질 수 있는 좋은 장소가 바로 벼룩시장이나 풍물시장이다.
우리 나라에도 그런 장소가 있다. 2년 전엔가
황학동 도깨비시장에 강의를 갔었다. 사실 도깨비시장이라는 말이 우습기도 하고 호기심도 자극되기에 기대가 컸다. 그런데 제대로 구경을 못해서인지 도깨비시장이 일반 재래시장과 무엇이 다른지 구별을 하기 어려웠다. 거기다 또다시 이전을 한다고 해서 조금은 한가한 모습이기도 했다. 그리고 얼마 후
신설동에 위치한 서울풍물시장을 가게 되었다. 황학동 도깨비시장에서 동대문 운동장으로 다시 신설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했다. 흔히 벼룩시장이나 도깨비시장의 혼잡함이나 왁자지껄한 분위기는 찾을 수 없었고 깨끗하게 조성된 서울풍물시장을 만날 수 있었다.
외국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우리나라 풍물이나 문화는 어떤 모습일까? 사실 우리나라 아이들에게도 우리 나라의 전통이나 풍습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기 위해서라도 서울풍물시장에 대해 제대로 알아봐야 했다. 서울시의 지원으로 깨끗한 모습으로 변모한 서울풍물시장은 쇼핑하기에 좋은 구도로 정리가 되어 있지만 몇몇 문제점도 함께 눈에 띄었다. 오렌지동, 초록동,주황동 등 파는 물건에 따라 색깔별 동으로 구분되어 찾기 쉽게 되어 있긴 하지만 골목골목 찾아다니며 이것저것 만져보고 흥정하던 옛날 벼룩시장이나 도깨비시장의 추억은 찾아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기념품 판매 가게
사실 인테리어만 보면 이태원에 있는 외국인 상대의 백화점이나 일반 매장과 다를 바가 별로 없다. 하지만 이 곳에 오면 오래된 골동품부터 귀한 옛물품까지 없는 게 없다. 잘만 하면 저렴한 가격에 횡재를 맞을 수도 있는 곳이다. 2층으로 이어진 통로에는 민속품들이 진열되어 있고 명품 구제부터 종교용품,골프용품을 비롯해 그 옛날 마론인형까지... 진짜 쉴 새 없이 눈이 돌아가는 곳이 바로 서울풍물시장이다.
서울풍물시장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각종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사랑의 문화나눔이나 외국인 벼룩시장, 전통문화체험관 등을 운영하며 나름의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통문화체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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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풍물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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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물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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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채움음악회
하늘에서 보면 내 천(川)자로 보인다고 하는 서울풍물시장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디자인수도의 명성에 걸맞게 구성해놓은 거라 한다. 하지만 비행기를 타고 지나가야 겨우 보인다고 하니 누구를 위한 디자인인지 모르겠다는 지적도 있다. 거기다 겨울이면 눈사태가 일어날 정도로 천정에서 눈이 바로 미끄러져 떨어지게 되면 위험할 수도 있단다. 멋지다고 감탄하기 전에 걱정이 앞서는 건 기우일까? 내부 공간에도 앉아서 쉴 곳이 거의 없다. 쇼핑하다보면 쉽게 피곤해지는 데 커피나 음료를 마시면서 쉴 만한 공간이 거의 없다는 것도 조금은 아쉬웠다. 그리고 서울풍물시장 주면에는 그 어디에도 노점장이 없다. 물론 미관상 깨끗한 건 사실이지만 쇼핑하다 배고프면 생각나는 것이 주전부리인데 그런 것들을 하나도 찾아볼 수 없으니 아이들을 데리고 가더라도 먹을 거리가 없으니 선뜻 쇼핑하러 나서기가 그렇다.
그래도 서울풍물시장 사람들은 너무 좋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박종덕 단장님이나 김준호 마케팅 팀장님은 친절하게 서울풍물시장의 이곳저곳을 소개해 주고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바뀔 것인지에 대해 알려 주었다. 많은 외국인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가볼만 한 곳으로 서울풍물시장이 자리잡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