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심이 만난 e- 사람] 위미노믹스(womenomics) 시대, 섬세하고 유연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이민재 회장을 만나다
위미노믹스(womenomics) 시대,
섬세하고 유연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이민재 회장을 만나다
지난 3월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등 중동 4개국을 박근혜 대통령 경제사절단으로 함께 다녀온 후 전국 16개 지회를 다니며 ‘여성경제인 DESK 현판식’을 진행하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쁜 일상을 보내고 계신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이민재 회장을 만났다. 여성경제인 DESK 현판식은 여성기업인들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경영애로와 정책 아이디어를 접수 및 해결하는 여성기업 정책 건의 전담창구로 2014년 청와대 여성기업인 초청간담회에서 건의했던 내용이 현실화된 것이다.
2013년 박근혜정부 출범과 함께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이 된 이 회장은 아홉 번의 박근혜 대통령 해외 순방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경제사절단으로 참여했다. 해외순방을 통해 얻은 네트워크로 협력사들의 해외진출을 돕기 위해 ‘여성기업 엑스포트 클럽(Export Club)’을 출범하여 수출기업 간 정보와 경험,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세일즈 협회장이 되어 협회를 여성 경제인 지원 기관의 허브로 만들 것이라는 원대한 포부를 가진 이민재 회장에게 개인브랜드 구축방정식 5T(개인브랜드 구축방정식 5T: (Talent + Training + Talk )* Time * Timing)와 생활 속 통일운동에 대해 물었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이민재 회장 / 사진: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작가
Q. 기업을 운영하시게 된 계기와 재능Talent은 무엇인지요?
저는 서울여상을 졸업하고 방직공장에서 경리사원으로 근무하다 25세에 사내결혼을 하고 18년간 살림만 했어요. 그러다 남편이 40대 초반에 명예퇴직을 했어요. 사실 우리 세대의 여성들은 ‘현모양처’가 꿈이었어요. 하지만 아이들도 가르쳐야 하고, 먹고 살아야 할 생각에 어쩔 수 없이 경력단절된 상태로 사회에 나와야 했어요. 처음부터 ‘내가 기업인이 되어야겠다’라는 준비를 한 건 아니지만 첫 직장이었던 방직공장 경리, 영업 분야의 직장생활 덕분에 사업을 시작할 때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관련 분야의 방대한 조사 끝에 ‘특수종이’ 수입으로 사업을 시작했어요. 누가 알려준 것도 아닌데 왠지 그 분야로 해야 할 것 같았어요. 적게 벌어도 남과 다른 아이템으로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한국에서 생산되지 않는 ‘특수용지’를 수입하는 것으로 사업을 시작한 거죠.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평소 친하게 지내던 회사 상사의 부인에게 오천 만원을 빌렸어요. 당시로는 큰 돈이었는데 선뜻 내준 부인에게 ‘뭘 믿고 빌려주느냐’고 했는데 떼어먹을 것 같지 않아서 빌려준다는 말을 듣기도 했지요. 그리고 그 때 시작한 특수용지와 사료를 수출하는 광림무역상사를 2004년 엠슨(주)로 사명을 변경하고 지금까지 이끌고 있어요.
Q.지금 이 자리에 오기까지 본인을 훈련(Training)한 방법은 무엇인가요?
첫째, 기업인은 아무리 어려워도 끈기와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여성들은 사업을 하다가 그만두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건 바로 끈기와 용기가 부족해서 그래요. 사업 초반에는 거래선 하나 트기도 쉽지 않았어요. 남성 경쟁자들이 술 접대도 하고 함께 목욕하러 가면서 상대 업체와 친해지는 사이 저는 소외당하기 일쑤였지요. 심지어 “몇푼이나 번다고 사업을 하냐. 집에나 가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럴 때마다 오기가 났습니다. 남들 한 번 찾아갈 것을 두 세 번, 많으면 열번도 넘게 찾아다녔지요. 승부근성이 있어야 뭐라도 시작을 하기 마련이죠. 외모는 여자여도 마음은 남자가 되어야 해요. 이런 끈기와 용기를 바탕으로 힘들고 어려워도 견뎌내는 힘을 길러야 해요.
둘째, 무엇보다 자긍심이 필요해요. ‘이 사업은 곧 내 생명이다.’라고 여겨야 견디는 힘도 생기기 때문에 사업을 대충 대해선 안 돼요.
마지막으로 기업인들은 각자의 리더십 스타일이 달라요. 하지만 제가 늘 협회 구성원들에게도 강조하는 것은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다움으로 승부하라’에요. 여성만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과 강인함이 분명 있거든요. 여성은 소비자와 상대 회사에 부드럽게 다가갈 수 있고 대화에도 능하지요. 가정을 관리해 온 여성의 특성 상 작은 문제도 소홀히 하지 않고 꼼꼼하게 챙기는 게 장점이자 강점이지요. 이런 외유내강의 모습으로 사업을 한다면 오래 갈 수 있을 겁니다.
Q.요즘은 소통의 시대라고 하는데, 회장님의 온/오프라인 소통(Talk) 방법은 어떤 것인가요?
저는 개인적으로 전화를 주로 사용합니다. 협회 내엔 여러 여성 기업인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각자의 목소리, 색깔이 정말 강해요. 그래서 이런 단체를 이끌어 가기 위해선 소통이 정말 절실히 필요합니다. 하지만 여러 사람이 모여 있을 땐 의견이 절대 하나로 모여질 수 없거든요. 그래서 어려움이 있을 땐 구성원 각자에게 전화를 해서 돌려 말하지 않고, 오히려 직접적으로 말해서 문제를 확실히 해결하고자 합니다. 그 대신 저는 솔직해요. 이걸 하나의 자산으로 보고 있어요. 그래서 중요한 결정은 개별 접촉을 통해 상대방과 친밀도를 높인 후 진행합니다. 우리나라 여성 경제인이 125만 명 정도 됩니다 저는 맨손으로 사업을 시작해 나름 알찬 중소기업으로 육성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 같은 경험을 후배들에게 전수해 주고 소통하면서 여성 경제인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줄 생각입니다.
제7대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 이.취임식에서 이민재 회장님이 협회기를 받아 흔들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Q.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시간(Time)을 견딘 지혜는 무엇인가요?
사업이라는 것은 늘 Cycle이 있어요. 그래서 어려울 때에 정말 잘 견뎌야 하는데, 회사를 어떻게든 살려 나가기 위해선 직원들과, 또 거래처 사람들과도 고통분담을 할 줄 알아야 해요.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전 세계적으로 위기가 왔을 땐 정말 힘들어서 뼈를 깎는 고통으로 여러 전략을 써 가며 견뎌내야 했죠. 어떤 일이든 올라가면 내려올 때가 있고, 내려가면 반드시 올라갈 때가 있어요. 그 싸이클을 생각하며 미리미리 위험에 대비하는 것도 필요하지요.
힘들 때 저에게 힘을 준 것은 곁에 있는 가족이에요. 특히 남편은 저의 정신적 멘토이기도 하지요. 최근 독일의 메르켈 총리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여성의 강인함이 어디서 기인하는지를 깨닫게 되었어요.나폴레옹이 말한 ‘불가능은 없다’라는 문장을 가장 좋아하고 나폴레옹 전서를 다 읽었기에 제가 포기하지 않고 갈 수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Q.최고의 때(Timing)는 언제라고 생각하시나요?
기회가 외부에서 오는 거라고 생각해요. 전 세계적으로 1980년대 후반 ~ 1990년도에 종이파동이 발생했었는데, 그 때가 저에겐 최고의 때였다고 생각을 해요. 우리나라도 종이를 써야 하는데 종이를 생산하는 업체가 국내엔 없는 거예요. 수입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그래서 수요가 굉장히 많아졌는데 우리는 원칙을 지키면서 기존의 거래처들과 거래를 했어요. 사실 더 좋은 기회가 왔을 때 원칙을 지킨다는 건 정말 어려워요. 하지만 사업하는 사람이 자주 거래처를 바꾸면 망할 수 밖에 없어요. 믿을 수가 없잖아요. 신용을 지킬 줄 알아야 거래가 오래 갑니다. 그게 바로 내가 사는 길이자, 기업가의 정신이기도 합니다.
Q: 현재 (사)1090평화와 통일운동 이사로 통일운동을 하고 있는데 생활 속 통일운동을 얼마나 실천하고 있나요?
어렸을 때부터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시도때도 없이 부를 정도로 통일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대한적십자사 상임위원직을 지내면서 탈북자를 도와줄 방법들을 알아본 적이 있는데 많이 취약하더라고요. 다문화를 위한 프로그램은 굉장히 많은데 정작 한민족인 탈북자를 위한 프로그램은 많이 없는 거예요. 그런데 마침 박보균 대기자님에게서 전화가 와서 바로 수락을 했죠. 제 꿈 중 하나는 충분한 영양을 공급받지 못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북한 아기들을 돕는 거에요. 열악한 환경에서 고통받고 있는 아이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기 때문이에요. 또한 주부 창업으로 성공했던 경험을 탈북여성에게 전수할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 연고없이 한국으로 넘어와 어렵게 가족을 부양하는 탈북여성들의 생계와 자립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지원사업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지금 1090 평화와 통일 운동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많이 참여하고 있어요. 그런데 좀 더 적극적으로 활동을 해서 ‘우리가 프로그램을 더 런칭하거나 개발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지난 번에 북한에 분유도 보내줬잖아요. 이제는 탈북자에 대한 보다 세심한 배려도 실천하면 좋을 것 같아요.
Q.요즘 젊은 세대에게 통일에 대해 관심을 가지라고 말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데, 이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결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작정 ‘통일에 관심을 가지세요’라고 하는 것 보단 통일과 역사 교육을 좀더 진지하고 중요하게 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종종 언론보도나 소문을 들어보면 한국 전쟁은 북침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어요. 제대로 된 교육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지금 진행되고 있는 ‘북한알기가 통일이다’라는 슬로건은 아주 시의적절하다고 봅니다.
‘지철심경(志鐵心鏡)’이라는 가훈에 따라 ‘뜻은 쇠처럼 강하게 갖고 마음은 거울처럼 맑게 하려고 애쓰면서 아무리 힘들어도 ‘I can do(나는 할 수 있다)’를 외우고 다닌다는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이민재 회장. 여성 경제인 1세대로서 "창업을 하려면 철저히 시장조사를 하고 3년간 이익 없이도 버틸 수 있는 자본금을 마련한 다음 시작해야 한다"며 "경영에 있어서는 남성들과 똑같이 하기보다는 외유내강의 자세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회장은 똑똑한 사람이 너무 많지만 기본적인 인성, 책임감, 의무를 지킬 수 있는 진짜 인재가 필요한 시대라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보여주었던 여성의 섬세함과 유연함은 국가 경제를 이끄는 위미노믹스의 주역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앞으로도 그녀의 리더십으로 많은 여성들이 사회적인 편견을 벗어나 더 많은 역량을 펼치고, 나아가 생활 속 통일운동에도 따뜻한 손을 내밀 수 있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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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재 회장은 지난 1987년 특수용지 및 사료를 수출하는 무역업체 엠슨을 설립해 매출 230억원대 기업으로 키웠다. 이 회장은 한국여성경제인연합회 부회장, 중견기업연합회 부회장, 수입업협회 부회장 등을 지냈다.
장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4층 회장실
일시: 2015년 4월 13일(월) 16:00 – 17:30
인터뷰: 이민재, 조연심, 박현진, 장근우, 이혜미, 최유정, 박선미
사진: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심재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