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심이 만난 e-사람] 대한야구협회 여성최초 부회장, 김은영 대표를 만나다
봄꽃이 흐드러지게 날리는 어느 날, 여의도 진진바라에서 대한야구협회 여성최초 부회장을 맡은 김은영 대표를 만났다. 뉴스 검색으로 확인한 사진 속 이미지와 달리 내 또래의 젊은 여성분이어서 조금 놀랐다. 어릴 적부터 야구를 좋아했고, 야구장을 즐겨 갔던 그녀가 어떻게 해서 대한야구협회 부회장이 된 것인지 궁금했다. 프로야구와 달리 아마추어 고교 야구대회를 응원하고 지원하는 대한야구협회 여성 최초 부회장으로서 앞으로의 포부도 남다른 김은영 대표! 진진바라에서 우아한 한정식을 먹으며 편하게 나눈 대화가 오히려 고교 야구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는 윤활유 역할을 했다. 미래의 추신수 선수를 기대하며 전국 고교 야구를 응원하는 김은영 대표와 나눈 이야기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자.
2014 전국명문고 야구대회 축사를 하고 있는 대한야구협회 김은영 부회장
Q: 대한야구협회 부회장으로서 공식일정은 어떤 게 있나요?
고교주말리그 개막식, 폐막식. 의원총회나 그런 행사있으면 차몰고 지방도 가요. 100% 명예직이라 누구하나 큰 관심은 없지만 여자부회장이라 주변에서 관심을 많이 가지는 것 같아요. 총회나 이사회 참석을 해서 의견을 내기도 하지요.
Q: 4년 임기 중 3년 남은 동안 부회장으로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요?
야구하는 고등학생들은 보통 새벽 1~2시까지 연습을 해요. 그렇게 힘들게 훈련해도 프로로 가는 경우는 10% 미만이지요. 학부모 입장에서도 한달에 들어가는 돈이 너무 비싸 끝까지 지원을 하기가 힘들다고 해요. 아마추어 야구선수들이 많아야 실력있는 프로선수가 발굴되는데 그 기반이 약해지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대만은 국가적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우수한 아마추어 야구선수들을 키워내고 있지요. 전 이런 현실을 널리 알려서 실력있는 고교 선수들에게 보다 많은 지원과 응원이 가능해질 수 있도록 힘쓰려고 합니다.
Q: 남자들이 주도하는 야구계에서 활동하면서 힘든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야구를 좋아하기는 했어도 직접 해 본적도 없던 제가 대한야구협회 부회장이 되니 소문이 무성하더라구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뒤에서는 소문을 낸 사람들이 제 앞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호의적으로 대하는 거에요. 흔히 저에 대한 나쁜 소리나 비난을 하면 상처를 받기도 하는데 저는 일단 무시를 해요. 물론 티 안나게 하지요. 참을 만큼 참다가 그 사람에게 직접 그 이유를 물어보기도 합니다.
"저에게 어떤 불만이 있으신가요?"
막상 이렇게 물어보면 난색을 표하다가 허허 웃으며 풀어지기도 하는 게 어른들과의 소통법이기도 하지요. 정면승부가 답일 때가 있어요. 무조건 피하면 더 무시할 때가 있거든요.
Q: 회사의 대표로 신규 사업도 런칭하려고 하고, 부회장직도 수행해야 하고, 와이프에다 엄마역할까지 1인 다역을 담당하고 계시는데 시간관리는 어떻게 하시는지?
저는 일단 새벽5시에 일어나요. 새벽시간을 활용 많이 하고, 애들하고 남편 식사준비, 먹는 것은 제가 다 챙기려고 해요. 저녁에도 되도록 일찍 들어가려고 하죠. 야구협회, 회사일이 매일 있는 게 아니지만 지방 출장을 가야 할 때도 가급적이면 새벽을 이용해 움직이는 편입니다. 아이들에게 엄마로서 해야 할 일을 다 해주면서 제가 할 일을 하는 게 맘이 편하거든요. 물론 제 몸을 혹사시키는 편이기는 해요. 그래도 엄마역할도 놓칠 수 없는 역할이니까요.
Q: 여성의 불모지에서 배운게 있다면?
상대방을 먼저 알고, 나를 감추는 게 중요해요.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죠. 술을 좋아하면 같이 술을 마시면 되고, 먹는 것을 좋아하면 먹으면 되고, 운동을 좋아하면 같이 운동을 하면 되고......
협회 일은 거의 협상이에요. 협상테이블에서 1시간을 얘기하면 진짜 중요한 것은 5분이거든요. 이야기를 시작해서 95%는 연막일 경우가 많아요. 이 얘기 저 얘기 하다가 마지막 5%에 필요한 얘기를 하는 거에요. 5% 룰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마지막 순간에 포인트를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하지요.
Q: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어떻게 극복하는지요?
일단 맡겨진 일은 잘 해내려고 노력합니다. 어떻게든 잘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어느새 문제가 풀려있기도 하거든요. 중간에 포기한다는 생각도 안 해요. 끝까지 해야 뭐라도 남는 게 있으니까요. 이런 저런 핑계로 그만두려는 저와 협상을 합니다. 결국 제가 승리하니까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거겠지요.
Q: 마지막으로 지금 이 자리에 오기까지 나를 만든 것은 무엇인가요?
자신을 믿어야죠. 남편, 애도 믿지 마세요. 신뢰의 얘기가 아니라 내 인생을 닦을 수 있는 것은 나 밖에 없기 때문에 아무리 힘들어도 자식, 남편에게 미루지 않는 것이 중요해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요. 결국 자기 자신 밖에 없다는 것을 일찍 깨달은 셈이죠. 그렇다고 혼자는 아니에요. 각자의 꿈을 향해 열심히 사는 남편과 자식이 늘 곁에서 함께 해 주고 있으니까요.
자식과 남편의 꿈을 위해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일단 맡겨진 일은 자존심을 걸고 끝까지 해내고, 새벽형 인간으로 시간을 알뜰하게 쪼개쓰는 것이 1인 다역을 소화해내는 비결이었다. 대한야구협회 여성최초 김은영 부회장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고교야구를 널리 알리고, 학부모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원책을 마련하고, 남성들 세계에서 여성 부회장으로 감성적인 소통을 기대해보는 건 어떨까? 이런 노력들이 모여 미래의 추신수 선수가 여러 명 탄생하길 기대해본다.
대한야구협회 여성최초 김은영 부회장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최인숙 팀장, 김혜선 대리와 함께 한 인터뷰였습니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