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나이 마흔이면 불혹不惑!
미혹되지 않는 나이가 마흔이라는데 그 나이에 자신의 한계와 정면승부하는 미친 짓(?)을 하는 조금 특별한 사람을 만났다. 평소엔 일 잘하고 조용한 공무원이자 가장인 그가 어느 순간 사막의 모래바람을 맞거나 천길 낭떠러지를 걸으며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는 오지레이서이자 모험가가 되는 것이다. 이 시대 평범한 직장인이자 가장인 소심한 40대뿐만 아니라 머뭇거리며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후회없는 인생을 위해 자신의 미친 도전을 전하고 있는 이가 바로 직장인 모험가 김경수씨다. 남들에게 미쳤다는 소리를 듣는 지금 정말 후회없는 인생이고 행복한가를 물었다.
[미쳤다는 말을 들어야 후회없는 인생이다]를 쓴 직장인 모험가 김경수 씨
지금 하고 있는 일은?
한 마디로 직장인 모험가라 할 수 있습니다.
본업은 한 가정의 가장이면서 주민을 위해 봉사하는 공무원입니다. 그리고 여행을 핑계삼아 지구상 사막과 오지를 넘나드는 모험가이자 그 곳에서 얻은 삶의 지혜를 글로 쓰는 작가이면서 메시지를 공유하는 체험 소통가이고 교수이기도 입니다. 공직에서는 청백봉사상('97)을 수상하고, <미쳤다는 말을 들어야 후회없는 인생이다(명진출판)>를 출간했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명강사 128호 위촉을 한국강사협회에서 받고, 선거연수원 초빙교수 직도 겸하고 있느니 괜한 말은 아닙니다.
어떻게 재능(Talent)을 찾게 되었는지? 지금의 일을 하게 된 이유는?
○ 꼬리에 꼬리를 무는 우연과 인연
88년 대학 등록금을 벌기위해 공직에 들어왔습니다. 91년에 사표를 던지고, 93년 우연히 다시 공직에 들어와 공직을 천직으로 알고 ‘나의 역할이 이 사회의 마지막 보루라는 심정’으로 열정을 쏟아 일했습니다. 그리고 40세 목전에 우연히 TV에서 사막레이스 다큐를 보고 필이 꽂혀 10년 넘게 사막과 오지를 향한 도전을 멈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곳에는 인간세상 만큼이나 진지한 삶의 지혜와 희로애락이 살아 숨 쉬고 있기 때문이죠.
○ 메모의 습관
나는 엊그제 일도 잘 기억 못하는 것을 알기에 사막과 오지에서 거친 숨을 헐떡이며 레이스를 마치고 캠프에 들어오면 어둠속에서 헤드렌턴과 별빛에 의지한 채 그날의 기억을 메모했습니다. 물론 직장이나 일상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메모는 나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단초가 되는 셈이죠.
○ 질긴 놈이 이긴다 (노력)
죽을 만큼 노력하지 않고 얻을 것은 별로 없습니다.
무엇하나 내세울 것 없고 말까지 더듬던 나는 생각을 말로 전달하는 것은 공포 이상의 스트레스였습니다. 그래도 살아가는데 뭐라 하는 사람 없으니 이런 내 모습을 타고난 팔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생각을 고쳐먹었습니다. 수년 동안 독학으로 스피치 연습을 했습니다. 한강 여의도 공원에서, 학생들 앞에서, 친구들에게서 수많은 야유와 상처를 받으며 연습한 끝에 나를 시험하고 평가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지난해 4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주최한 제1회 「유권자의 날」기념 강연콘테스트에 출전하여 국내에서 내놓으라 하는 수백 명의 강사들과 겨뤄 예선과 본선을 거쳐 화려한 진검승부의 무대인 결선까지 올라 수상을 했습니다. 심사를 거쳐 선거연수원에서 초빙교수로도 위촉 받았습니다. 실은 이 대회를 위해 원고를 통으로 외워서 2백번 넘게 연습을 했습니다.
시작이 중요하죠. 그리고 시작했으면 끝까지 가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결과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막과 오지에서의 레이스는 작열하는 태양과 불을 뿜는 열사 위에서 펼쳐집니다. 보통 선수 자신이 15kg이 넘는 장비와 식량을 짊어지고 6박7일 동안 250km가 넘는 거리를 달려야 합니다. 길게는 9박10일 동안 530km까지 달려봤습니다. 물론 이런 경기는 외부의 도움 없이 제한된 시간 안에 정해진 구간을 통과해야 하는 서바이벌 경기입니다. 코스는 크고 작은 모래산(듄)들이 끝없이 펼쳐진 사막지역과 대협곡, 만년설이 흘러내리는 계곡과 호수 그리고 산악과 대평원은 물론 분지와 능선 등도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그리고 사막에서는 급작스레 불어대는 모래폭풍과 온천지를 쓸어버릴 듯이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를 만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자신의 목숨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실제로 2005년 4월 고비사막 레이스 2일차 저녁, 폭풍우에 순식간에 철핀이 뽑히면서 텐트가 날아가고 출전 국가들의 깃대가 하나 둘 부러져 나갔습니다. 캠프 주변은 온통 아수라장이지만 그저 속수무책 일 수밖에 없었지요. 무섭게 휘몰아치는 모래 폭풍 속에서 인간의 무력함을 실감했습니다. 근원을 알수 없는 모래폭풍과 이 밤을 함께 지새워야 할지도 모른다는 끔찍한 생각이 텐트 안에서 숨죽이고 앉아있는 선수들의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했습니다.
엄청난 굉음의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비바람이 기세를 더하며 광분하듯 퍼부었습니다. 그래서 시각장애인 이용술 님의 침낭을 꺼내 자리를 봐주면서 애써 침착하게 말을 했다.
“이 형, 괜찮을 거야. 걱정 하지 마...”
“이 형, 그냥 침낭 푹~ 뒤집어쓰고, 귀 막고 누워 있어.”
그리고 기도했습니다.
“주여! 부디 이 포악한 비바람을 빨리 멈추어 주옵소서~.”
저녁 9시 30분, 2시간 넘게 텐트를 후려치며 퍼붓던 비바람이 한순간에 고요해졌습니다. 방금 전까지 고비사막 전부를 삼켜버릴 것만 같았던 대자연의 위세가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이런 경기는 인간의 한계와 극한을 요구하기 때문에 정상인도 완주하기가 무척 힘든데요. 고비사막에서 아타카마사막에서 그리고 나미브사막에서 시각장애인과 함께 그의 눈이 되어 레이스를 했습니다.
사막과 오지를 달리는 일이나 직장일이나 매한가지입니다.
‘최후의 승리! 그것은 부단히 노력하는 자에게 주어지는 신의 은총이다.’
참고 견뎌내면 분명 그에 걸맞는 소중한 결실이 주어진다는 사실입니다.
자신만의 훈련(Training)하는 방법은?
○ 자투리시간을 활용하라
전문 운동선수가 아닌 이상 종일 운동만 할 수 없습니다. 전문 작가가 아닌 이상 종일 글만 쓸 수 없습니다. 전문 강사가 아닌 이상 수시로 강의만 할 수 없습니다. 교수가 아닌 이상 종일 연구하고 학설을 떠올릴 수 없습니다. 그렇듯 직장인이 무엇 하나 만만하게 다른 영역에서 일가를 이루기가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이 시간과의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조각 모음을 하듯 일상에서 흩어져 있는 자투리 시간을 적절히 활용합니다. 운동은 승강장에서 지하철을 기다릴 때 의식적으로 발목운동을 합니다. 집에서 TV를 볼 때에도 팔굽혀펴기를 하거나 기마 자세로 앉았다 일어서기를 하며 근육을 단련시킵니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스트레칭만으로도 아주 훌륭한 운동이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글을 쓰거나 아이디어도 결코 놓치지 않습니다. 내 수중에서는 항상 메모지와 펜이 있기 때문입니다.
생각을 바꾸는 것이 중요합니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변하고 행동이 반복되면 좋은 습관이 되더라구요.
자투리 시간이 없다고 불평하면 안됩니다. 자투리 시간이 제로일 법한 대통령이나 그룹회장 정도라면 이해할만 합니다. 너무 바빠서 자투리 시간도 없다는 말도 곤란합니다. 시간이 남아서 한다면 시간이 제일 많은 백수가 성공할 것입니다.
온/오프라인 소통(Talk) 전략은?
<오프라인 소통>
○ 직장인으로서 특히 공무원으로서의 소통은 주민과의 진정성 있는 대화와 경청입니다.
○ 모험가로서 소통은 사막이라는 절대 고독 속에서 자신의 대화 그리고 대자연과의 육감을 통한 교감을 통해 내 자신을 성숙시킵니다.
○ 브런치 모임, 스터디, 특강 등을 통해 서로의 영역을 교감합니다.
<온라인 소통>
현대인은 바쁜 일상 속에서 한 자리에 오래 머무르거나 긴 이야기를 싫어합니다. 그렇듯 자신과의 소통을 조르거나 강요할 수도 없습니다.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한 인터뷰, 블로그를 통해 나의 이야기를 담고, 페이스북을 통해 제한된 내 일상의 바깥세상과 짧고 강렬하게 교감합니다.
지금까지 시간(Time)을 견뎌온 지혜는 무엇인지?
〇 처음처럼 (* ㅋㅋ, 소주)
사막과 오지를 향한 도전의 회 차가 거듭될수록 ‘자만’할 수도 있지만, 저는 그 험난한 장도에 오를 때마다 단 한 번도 완주를 장담한 적이 없었습니다. 특히 시각장애인과 함께 그의 눈이 되어 사막과 오지에서 사선을 넘나들 때에는 더욱 그랬습니다. 왜냐하면 대자연의 광풍과 극한의 외부환경이 언제든지 나를 주저앉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나를 지탱해준 힘은 처음 사막으로 향했던 그때 그 도전과 열정이 내 마음속에서 늘 ‘처음처럼’ 살아 있었기에 완주가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일상을 살아가는 방식도 똑같죠.
각자의 마음 속에는 분명 원하는 것이 있습니다. 굳이 사막이나 달리기가 아니어도 상관없습니다. 왜냐하면 인생에는 달리기 보다 더 가치 있고 소중한 일들이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과거 학업 때문에, 직장에서 승진 때문에, 처자식 먹여 살리느라 뒤로 밀어 두었던 일들, 여행 하거나 악기를 배우거나 자격증 취득, 연애, 운동 등 무엇이든 소망하는 것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오늘 당장 시작 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처음 준비하던 그 마음으로 늘 ‘처음처럼’ 준비 한다면, ‘생애에 최고의 순간들’은 더 자주 찾아올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6. 인생 최고의 때(Timing)는 언제라고 생각하는지?
인생 최고의 때는 아마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사건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그 사건은 향기로워야 하겠지요.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향기없는 사건입니다.
제 인생에서 40대에서 사막과 오지 레이스를 빼놓고 이야기 하기는 참 곤란합니다. 2003년 4월, 너무도 낯설고 생소했던 북아프리카의 사하라는 찾아가는 여정 그 자체가 모험이었습니다. 첫발을 내디딘 사하라에는 작열하는 태양과 모래폭풍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수백 미터의 엄청나게 높은 모래산 빅듄(Big Dune)들이 길목마다 버티고 서 있었습니다. 사하라는 그리 쉽게 자신의 영역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경기 첫날 왼쪽 오금이 늘어나는 부상을 안고 시작된 레이스는 경기 내내 극심한 통증이 저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레이스 6일째, 또다시 수 백 미터 높이의 엄청나게 큰 모래산 빅듄과 맞닥뜨렸습니다.
아! 빅듄~~
이 힘겨운 상황에서 이 모래산은 저에게 무엇을 말해주려 했을까요? ‘그것은 넘지 못하는 자에게는 절망의 장벽이요, 넘어서는 자에게는 희망의 언덕’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사력을 다해 그 빅듄 위에 올라서서 흙먼지와 땀으로 뒤범벅이 된 온 몸을 식혀주던 서늘한 바람 한줄기와 정상 너머로 펼쳐지는 광활한 사하라의 모습을 즐기던 그 감격은 잊을 수 없습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사세를 확장하거나 신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것은 사업가나 과학자의 몫입니다. 저는 직장인으로서 공직자로서 국가와 국민을 위한 헌신과 봉사의 마음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그것이 제가 앞으로 해야할 일이고 하고 싶은 일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까지 달려온 레이스를 아직은 멈추고 싶지 않습니다. 사막과 오지로의 여정은 올림픽 경기처럼 온 국민을 열광시키거나 규모가 성대하지 않습니다. 언론과 방송에서도 별반 관심이 없습니다. 완주 메달도 올림픽 메달처럼 부와 명예가 따르지도 않습니다.
패자는 넘어지면 뒤를 돌아보고 승자는 넘어져도 앞을 본다고 합니다.
앞으로도 사막과 오지를 향해 언제까지 또 어디까지 달려갈지 사실 그 끝을 알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지구상에서 더 멀고, 더 깊고, 더 높은 곳을 향하려는 열정이 아직도 내 마음 속에 살아 숨 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내용을 보며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낀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도대체 왜 저렇게 힘들게 사는 거야? 미친 거 아냐?"
평소 이런 말을 들으며 살아왔던 나조차도 경의를 표할 만큼 자신이 선택한 삶에 치열한 사람을 만났기 때문이리라.
직장인 모험가 김경수씨의 또다른 도전이 대한민국에 사는 수 많은 무기력과 타협에 지친 사람들에게 사막에서 만나는 오아시스처럼 가슴 속 깊은 곳까지 후련하게 만들어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내 마음 속에 나를 좌절시키고자 죽어라 달려드는 험난한 인생에 절대 굴복하지 말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해 주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