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많이 비가 내립니다...

지식 칼럼 | 2009.07.12 03:11 | Posted by 지식소통 조연심 Selma



오늘은 하루가 참 길었습니다.
아침에 충남 홍성의 통나무집에서 느즈막히 눈을 떠 초등학교 친구가 차려준 정성스런 아침식사를 하고
고즈넉히 모닝 커피까지 즐겼습니다.

친구 남편이 그동안 혹사하느라 삐뚤어진 나의 뼈 마디마디를 교정해 주었습니다.
우두둑!!! 헉~~~  겉으론 멀쩡해 보이는 내 몸은 왜그리 망가진데가 많은지... 참 심난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점심을 건너뛰고 서산에 위치한 수덕사에 올랐습니다.
이번 달이 윤달이라 불교대학생들이 삼사여행을 다니느라 참 많이도 사람들이 북적거렸습니다. 윤달에 절 세군데를 돌며 소원을 빌면 좋은 일이 많다고 그러면서...  대웅전의 장엄함도 칠층석탑의 오묘함도 내 눈엔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특히 여승이 머무는 절로 유명하다고 하더니 이젠 남승들도 보이는 그저 평범함 절로 보이더이다. 그러나 코 끝으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그 시작을 찾아 발길을 재촉하니 수덕사 옆으로 흐르는 계곡에서 불어오는 찬 계곡물을 머금은 바람이었습니다.  사다리꼴 모양의 계곡물을 담아내는 작은 폭포와 작지만 떨어지는 폭포소리에서 느껴지는 편안함이 유명한 절의 느낌보다 더 큰 감동을 선물했습니다. 

내려오다가 들른 수덕여관.
입구 아래로 흐르던 작은 물줄기가 또다른 시원함의 소리를 선사했습니다.  이젠 다도교실을 여는 곳으로 바뀌었으나 이전엔 한 유명한 화백이 머물던 곳으로 나름의 역사와 깊이를 가진 건물이었습니다.  입구 왼쪽에 있던 돌함지 위로 피어있던 작은 연꽃이 아무리 힘들어더 견뎌보라는 응원의 메세지를 전해주었습니다. 내가 의미있게 보면 다 그 나름의 의미를 갖는 게 그저 소중하고 귀한 경험이었습니다.

다시 차를 몰아 다음에 들른 곳이 바로 개심사(開心寺) 즉 마음을 여는 절이라는 곳이었습니다.
이름만 들었을 때는 그다지 매력적인 곳이 아니었으나 한자로 풀어보니 참 큰 의미를 지닌 곳이었습니다.

코끼리가 와서 몸을 씻고 갔다고 하는 작은 웅덩이가 나름의 이야기를 담고 개심사 입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소원을 빌고 이 개울위에 있는 다리를 건너면 반드시 이루어진다길래 조심스레 건넜습니다.

처음 개심사 가는 길로 오르다가 두 갈래 길이 나왔습니다. 왼쪽은 개심사 가는 길 , 오른쪽은 스님들이 도량을 닦는 곳으로 출입을 금하는 길이었습니다. 친구와 저는 남들이 가지 않는 오른쪽 길을 택해 시원스럽게 올라갔습니다. 길 옆으로 흐르는 시원한 물줄기를 따라 하이힐과 쪼리 슬리퍼를 신고 씩씩하게 걸었습니다. 어느 새 비가 내리는 가운데 한 참을 오르는데도 개심사로 들어가는 팻말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조금만 더 가면 되겠지. 산 꼭대기에 오르면 통하는 길이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계속 올랐습니다. 그러다 정상에서 마주한 것은 바로 스님들이 공부하는 절.. 그것도 굳게 문이 닫혀있는 곳이었습니다.
"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도 믿을 걸!"
"팻말이 없으면 의심이라도 해야 하는 데..."
내리막길을 걸어 내려오면서 아예 맨발로 걷기 시작한 우리는 그래도 역시 스스로를 격려하고 다독이는 덴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습니다.
" 언제 또 이렇게 지압을 해보겠어"
"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씻을 수 있는 것도 복이야"
"잘못된 길을 가다가도 예기치 않은 선물은 받게 되나봐"

다시 두 갈래 선택의 길이 나오는 곳으로 나온 우리는 계단으로 만들어진 개심사 가는 길을 다시 올랐습니다. 누군가 먼저 그 길을 가고 뒤에 오는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말에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음을 몸으로 느낀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하도 다리에 힘을 주고 내려왔더니 허벅지가 뻐근하고 조금 떨리기도 했습니다.

수덕사에 비하면 아주 작고 조용한 절이었습니다. 
나무 기둥이 유명한 절이기도 한 개심사에서 참 아름다운 가족을 보게 되었습니다.
남편과 아내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4살 쯤 되어보이는 원피스 입은 여자아이가 부처님 앞에 끊임없이 절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지쳤는지 나온 아기는 엄마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엄마, 다른 부처님은 어디 있어?"
" 여기는 이제 다른 부처님이 안 계셔... 이제 찡찡대지 않게 해달라고 빌었어?"
"네, 엄마 말씀 잘 들을게요. 아빠 말씀도요"
그리고 절하느라 빨개진 무릎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아기는 신발을 신고 종종거리며 아빠 옆으로 걸어갔습니다.
아빠도 걷기 시작했는데 자세히 보니 한 쪽 발이 불편한 장애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세 식구는 조용히 미소지으며 다음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참 이쁜 가족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신체의 장애는 사실 불편할 뿐이지 정작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음을 눈으로 본 시간이었던 겁니다.


개심사 옆길로 돌아가니 한적한 법당이 나왔습니다. 봄이면 겹벚꽃으로 유명한 그 법당 앞에는 이제는 다 지고 나뭇잎만 무성한 벚나무가 있었습니다.
" 여기서 소원을 빌면 잘 들어준다더라"
친구의 말에 신발을 벗고 법당으로 들어갔습니다. 우리 둘 밖에 없고 자애로운 부처상과 주위에는 9개 지옥문을 지키는 사자들이 각자의 의미있는 눈빛을 던지며 쳐다보는 듯 했습니다.
잠시 앉아서 생각을 하는데 갑자기 108배를 하자는 친구의 제의에 흔쾌히 그러마고 대답했습니다.
하나,둘,셋...... 여든, 여든 하나..
처음에는 숫자 세는 것에만 신경쓰느라 머리속이 복잡하더만 시간이 흐를수록 맑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든을 넘기자 하나하나 숫자가 아닌 내 주변의 사람들이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문득 내가 떠올려야 할 사람을 놓칠세라 기억을 가다듬고 한명한명을 기억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함께 가야할 소중한 사람들...


108배를 마치고 경건해진 마음으로 부처님을 바라보니 온화한 미소로 화답하는 듯한 기분에 온 몸에 작은 희열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등뒤로 들리던 후두둑하는 빗소리...  비오는 산사에서 나를 이해해주는 친구와 함께 내리는 비를 바라보는 기분... 잊기 어려운 소중한 기억임에 틀림없었습니다.

봄에는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겨울은 겨울대로 .. 그 나름의 의미와 추억을 선사할 개심사.. 가을에 다시 오자는 약속을 하고 가쁜 발걸음으로 내려왔습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눈 솔직하면서도 따뜻한 대화에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는 용기와 힘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는 이렇게 외치고 있었습니다.
" 참 바보같은 나때문에 주위의 사람들이 많이 힘들었겠다. 힘든 시간을 견딜 수 있도록 기다려줘야 겠다"
그리고 언제든 돌아올 수 있도록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놓아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었습니다.

참 긴 하루를 보냈습니다.
지금도 밖에는 비가 많이도 내리고 있습니다.
내가 기억하는 사람과
나를 기억하는 사람...
그 소중한 사람때문에 참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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