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20주년 제주도 일주 자유여행 둘째날...
섭지코지 피닉스 아일랜드에서 조식으로 뷔페를 먹은 후 걷고, 대화할 수 있는 사려니숲으로 향했다.
사려니는 '살안이' 혹은 '솔안이'라고 불리는데 여기에 쓰이는 '살' 혹은 '솔'은 신성한 곳 또는 신령스러운 곳이라는 신역의 산명에 쓰이는 말이다. 즉 사려니는 '신성한 곳'이라는 뜻이다.
우리가 걸은 길은 붉은오름으로 올라가는 사려니숲길이었다.
길 양쪽으로 쭉쭉 뻗은 나무들로부터 건강한 산소가 마구마구 뿜어져나오고 있었다. 저절로 심호흡이 되면서 몸 속 깊숙하게 맑고 깨끗한 공기로 채워짐을 느낄 수 있는 길이었다.
터벅터벅....
송이길을 걷다보면 아스팔트길이 나오고 다시 송이길이 나온다.
그렇게 1km쯤 걷다 보니 특이한 모양의 나무가 나왔다. 포토존으로 활용하고 있는 곳이었다.
사려니숲길은 어떤 목적지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걷고 걷고 또 걸을 수 있는 곳이다.
전체 숲길을 다 걸으려면 여자 걸음으로는 5시간도 넘게 걸리는 곳이다.
전체 코스 중 한 코스만 걷고 다시 되돌아나왔다. 그렇게 짧은 코스라도 왕복 1시간쯤 걸렸다.
사려니숲길을 걸은 후 사려가 깊어진 듯 하여 물었다.
"결혼생활 어땠어?"
내가 기대한 답은 결혼하길 잘했다는 말이었다.
"후회되지."
"뭐가?"
"막 살은 거."
허걱!
"그럼 앞으로 10년은 어떻게 살 건데?"
"그동안 힘들었으니까 힐링하면서 살아야지."
이런 남자를 믿고 20년을 산 거였다. 그래도 자신이 살아왔던 과거에 대해 반성도 하고 앞으로는 잘 살아보겠다고 하는 말을 들으니 이번 여행의 의미인 '잠시멈춤'이 헛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나 또한 숨가쁘게 달리기만 하다가 이렇게 편하게 걷고, 쉬고, 먹고, 대화하고 하는 시간을 통해 진짜 내 마음 속 울림에 집중하게 되었다.
이제 제주시 관광을 마치고 서귀포로 향할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