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마흔, 그 불혹(不惑)에게 나를 묻다

지식 칼럼

by 지식소통가 2009. 5. 24. 15:12

본문

728x90

나이 마흔,
사람들은 이 나이를 불혹이라 말합니다. 세상 일어나는 일들에 미혹되지 않는다는 나이..
그래서 진짜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좋은 줄로만  알았습니다.

"흔들리지 않는 것은 정말 좋은 건가요?"
이런 질문에 대다수의 어른들은 답합니다.
"그럼, 당연히 좋은 거지.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강한 거란다"
그 말을 믿고 나도 지금까지 흔들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살아왔습니다.
특히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작은 미동도 용납되지 않는 현실을 절감하며 가끔은 그런 사실에 체념하며 그렇게 살아 온 것입니다.

특히 개인브랜드를 만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생한 전쟁터에서는 더더구나 그렇다고 말합니다. 명확한 자신을 만들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숨도 안쉬고 앞을 보고 달려왔습니다. 그리고 조금의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기 위해 귀도 막고 눈도 감고 그렇게 뛰어 왔던 것입니다.

그러다 문득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갑자기 뒤를 돌아보면 돌이 되어버린다고 하는 옛날 이야기가 떠올랐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뒤에서 아우성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외침이 들렸습니다.

"흔들리지 않는 것은 너의 심장이 굳었다는 증거란다"
갑자기 머리를 망치로 얻어 맞은 듯한 충격에 숨조차 제대로 쉴수가 없었습니다. 왜냐구 반문해보았습니다. 아무런 소리도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나는 나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니 심장은 무사한거니? 아직도 뜨겁게 뛰고 있는 거 맞아?"

솔직히 답하기가 무서워졌습니다. 그러면서도 진짜 궁금해졌습니다. 내 심장이 정상적으로 뛰고 있는 게 맞는 것인지? 아니면 돌처럼 단단히 굳어서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것인지 말입니다. 지금도 뜨겁게 뛰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용기도 나지 않았습니다. 왜 그런지 그 이유를 찾아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제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리시나요?"
갈길이 바쁜 사람들은 대충 자신들의 기분에 맞게 답해 주었습니다.
"글쎄, 잘 모르겠는데..."
"가끔은 뛰는 것도 같던데!"
"당연하지, 멀쩡하게 잘 뛰고 있잖아"
그때 그때 해주는 다른 사람들의 답변에 내 인생의 방향을 이리저리 바꿔 가다보니 어느새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길을 잃어버렸습니다. 문득 두려움이 나를 덮쳐 왔습니다.





'정말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
'내 심장은 제대로 뛸 수나 있는 것일까?'
이런 의문들로 인해 불안해하고 있는데 이런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너무 아득해서 누구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그 소리만큼은 너무도 선명해 지금도 뚜렷이 기억할 수 있었습니다.
"흔들리지 않으려는 것은 상처받지 않으려는 몸부림에 지나지 않는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요?"
내 물음에 선듯 답이 없었습니다. 아마도 나 스스로 그 답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한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루종일 생각에 잠겼습니다. 과거의 내 모습도 떠올려보고 지금의 내 모습도 되돌아보았습니다. 참 힘겨운 시간이었습니다. 솔직한 나의 모습이 아니고는 그 답을 찾을 수 없다는 생각에 다른 사람에게 비춰지는 모습의 나가 아닌 진실의 나를 찾아 질문을 하고 또 묻고 하였습니다.
그러기를 한참 되풀이한 후에 드디어 어렴풋하지만 점점 확신이 들어가는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나의 마음을 보였다가 거절당하면 상처받을까 두려워. 그러니 상대방이 확실히 자신의 마음을 보일 때까지 기다려야지. 내 맘을 주었다가 아니면 다시 걷어오는 것은 너무 고통스럽고 힘드니까.그러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내가 결코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모르겠지.'
그런 거였나 봅니다. 마흔이라는 것, 불혹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 마음의 진실의 소리를 외면하고 자신이 상처받지 않는 한도내에서만 움직이려고 하는 것 바로 그것말입니다. 그래서 겉으로는 결코 흔들리지 않는 것처럼 우아해 보이지만 안으로는 점점 곪아가고 있었나 봅니다.

사실 불혹, 어떠한 것에도 미혹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내 자신의 내면의 힘이 충만하여 가슴설레는 그 무언가가 있어야 할 테고 다른 사람때문에 흔들리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므로 상대방 때문에 힘들거나 아파하지 않아야 함을 뜻해야 하는 것이니까요.
그런데도 우리는 모두 외로움에 힘들어 합니다. 다른 사람의 한마디 말에 상처 받습니다. 그러면서도 불혹이니까 안 그런 척 의연한 모습을 보이려 애를 쓰며 살아갑니다.
그런 모습이 더욱 모순적으로 애잔함을 분출한다고 하는 것을 잊고 사나 봅니다.





사랑도 마찬가지 입니다. 어릴 적 우리는 상처받을 지 모른다고 하는 것은 안중에도 없이 무조건 그 사람 자체에만 매달린 적이 있었습니다. 나의 모든 것을 다 걸어도 좋다고 하는 치기도 부려 보았습니다. 정말 그 사람때문에 죽을 것만 같은 기분도 가져 보았습니다. 숨이 막히고 하늘이 무너지는, 아니 말로는 표현이 안되는 그런 아픔을 겪었습니다. 그런 아득한 아픔이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기만 한 이유는 바로 우리의 마음을 솔직하게 다 들어내놓고 아무 미련없이 흔들려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면서...
결국 먼저 주는 사람이 갖는 기득권이 훨씬 크다는 것을 마흔이라고 하는 이 나이에 와서야 깨닫습니다.  아무런 기대를 갖지 않고 그저 나의 마음 가는대로 표현하고 기도하고 행동하는 것만큼 가슴뛰는 일이 없다는 것을 말이에요. 
'지금 저 많이 흔들리고 있어요'
이제는 당당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슨 이유에서건 나의 마음이 상처입을 것을 두려워하여 더이상 흔들리는 것을 거부하는 그때가 올 때까지 아주 많이 줄 것입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흔들리더라도 그래서 많이 아플 것을 알더라도 그냥 계속 흔들려보려 합니다.  시간이 지나 나의 마흔은 불혹이 아니라 유혹이었다고 기억하려고 합니다. 그래도 지금은 행복합니다. 나의 마음이 진짜 원하는 소리를 들었으니까요...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