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도 설득이다.
째즈라도 졸리는 것은 졸리다. 콘서트의 성패는 어떻게 구성하는냐에 달려있다.
째즈가수 윤희정의 말이다. 그녀는 지난 7년동안 199회의 공연을 하면서 단 한차례도 빈좌석을 본적이 없다고 한다. 전에는 매달 700석의 좌석수를 채운 무대에서 노래했지만 2,3년전부터는 한 해에 3회 350석 정도로만 좌석을 만들고 공연을 한단다. 대상도 VIP로 선별하고 그 공연에 온 사람들이 다음 번 공연예매를 하고 가기 때문에 매회 매진된다고 한다니 뭔가 특별한 것이 있지 않고서는 매회 매진이라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그것도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낯선 분야인 째즈에서 말이다.
그러나 오늘 그녀의 강의를 듣고는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녀는 노래하는 데는 천재적이었다. 이제 쉰이 넘어선 나이라 매 공연마다 다른 노래를 불러야 하는 그 스트레스를 열정과 재미로 견디고 있었다. 나이가 들어 기억력이 감퇴하여 점점 노래를 외우기가 힘이 들지만 그럴수록 많은 시간을 들여 노래를 암기할 정도로 외운다고 한다. 하루 평균 4시간정도의 수면을 취한다고 하면서 잘거 다자고 놀거 다놀고 절대로 노래를 암기할 수도 없고 그 자리를 유지할 수도 없다고 한다. 하루가 다르게 신인들이 치고 올라오고 있고 자신이 노력하지 않으면 바로 외면당하는 곳이 바로 음악계이고 특히 째즈계이기 때문이란다. 강렬한 그녀의 카리스마에 조금은 위축되기도 하고 익숙하지 않은 몸동작과 노래에 어색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감에 따라 그녀의 노래와 몸짓에 하나가 되어가는 것 같았다.
공연을 준비하고 실제 그 공연히 무사히 끝나면 바로 다음 공연 준비를 시작한다. 그러면서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지 않으면 생명력이 짧을 것을 예견하고 그녀만의 째즈를 만들게 된다. 그것이 바로 한국적 음악과 부르스음악을 혼합하여 만든 곡인데 동서양의 하모니가 그렇게 절묘하게 될 줄 상상도 못했다. 이전에 서태지의 노래에서 듣던 감동과는 또다른 느낌이었다. 우리나라의 음악이 전세계에 하나의 브랜드로써 자리잡게 하는 새로운 시도가 된 것이다.
전에는 윤희정하면 소프라노 가수라던가 몸 좋은 여가수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었다. 하지만 이제는 시장의 아주머니들도 그녀를 알아본다. 한국의 대표적인 째즈가수라는 것을... 그녀가 자신의 코드를 째즈로 바꾸었던 초기 시절에는 째즈 자체는 우리나라에는 낯선 음악이었기에 주변의 반대가 많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그녀만의 길을 갔다. 거기에 기존 음악만 가지고 세월을 보낸 것이 아니라 보다 새로운 그러면서도 한국적인 째즈를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그런 시도와 노력이 오늘날의 윤희정이라는 멋진 브랜드를 만들게 된 것이다.
사람은 나이로 늙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이상과 열정의 부재로 늙는 것이다.
그녀에게서는 나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나도 저 나이쯤 가서는 나 자신이 한국을 대표할 새로운 브랜드로 거듭나 있을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니 마음이 초연해졌다.
인생은 4컷짜리 만화와도 같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아온 아주 평범한 인생이 한 컷, 무언가 목표를 정하고 하루하루 열심히 노력하며 현재를 지나 머지않은 시간까지가 또 한 컷, 그렇다면 내 인생의 절정인 클라이막스를 장식한 한 컷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멋진 인생을 다 살고 나서 뒤돌아 보았을 때 참 잘살았구나 할 마지막 한 컷을 채우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살 인생, 내가 희망하는 인생의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그 시나리오대로 사는 것도 멋지겠구나하고 생각해 본다. 그저 하루하루 살다보니 시간이 다 지나가 버렸다는 허무한 인생 스토리를 만들고 싶지는 않다. 어쩌다보니 여기까지 왔는데 이렇게는 살고 싶지 않았다는 그런 무책임한 말도 하기 싫다.
윤희정씨가 늘 마음에 새기고 외워두는 시가 있다.
그대여!
살아있는 아름다운 동안 나에게 사랑을 주세요.
시간이 갑니다.
아니 우리가 갑니다.
가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니랍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시험에 나온다하여 억지로 외우던 싯귀들은 지금 하나도 나에게는 남아있질 않다. 애석하게도 말이다. 그러나 마음을 움직일 만한 시 한구절이나 짧은 시 한편 정도 외워두는 것만으로도 우리 인생이 조금은 여유로와보이고 살맛나게 사는 것처럼 보일 수 있구나를 생각하게 하는 하루였다.
멋진 삶!
되돌아보며 후회가 아닌 흐믓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그런 삶을 위해 오늘 하루도 나는 열심히 달렸다.
수고많은 나에게 응원의 메세지를 전한다.
참 멋진 사람이구나 ! 사랑한다...
Sel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