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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심이 만난 e-사람] 서울대학교 여성연구소 연구원 이남희 박사를 만나다 / 인터뷰어 엠유 이승미 실장

소통인터뷰 & 토크쇼/조연심이 만난 e-사람

by 지식소통가 2016. 7. 13.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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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심이 만난 e-사람] 서울대학교 여성연구소 연구원 이남희박사를 만나다.


비가 올 듯, 뿌옇게 흐린 날, 경복궁역 근처의 커피 볶는 향이 가득한 커피숍에서 이남희박사를 만나다.

작은 체구와 화장기 없는 얼굴, 인사를 건네며 활짝 웃는 모습이 수줍은 소녀처럼 느껴져서 첫만남인데도 익숙한 사람처럼 마음이 열리는 매력의 소유자였다.

우리와의 인터뷰 후 어느 지역에 ‘여성친화 도시계획’ 컨설팅을 가야 한다는 이남희박사님. 그게 무엇인지 호기심을 드러내자 수줍게 말씀하신다.

"아휴..너무 떨리네요. (웃음) 여성학을 전공한다고 해서 여성인권만을 생각하지는 않아요. 여성이 관련된 모든 것에 관심을 두다 보면 여성, 육아, 교육, 일, 고령화 등 모든 것을 함께 연구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여성이 고민해야 하는 문제는 훨씬 더 폭넓기 때문이죠."


1.  성함/브랜드명/ 하고 있는 일

 

이남희

* 학력 및 경력

현재 서울대 여성연구소 연구원

서울대 서양사학과 박사

전 여성가족부 장관정책보좌관

전 (사)여성문화예술기획 사무처장

* 교육(대학강의)

서울대, 이화여대 등에서 여성사 및 여성학 강의

* 저술(공저)

<젠더와 사회: 15개의 시선으로 읽는 여성과 남성>(공저, 동녘, 2014)

<여성의 삶과 문화>(공저, 방송대 출판부,   2010)

<세계화시대의 서양현대사>(공저, 아카넷, 2009) 외 다수

 

 

 

 

 

 

 

 

 

 

 

 

 

 

 

 



현재 학술 (역사학, 여성학), NGO, 정책 참여 등 다양하게 활동 하고 있습니다. 주로 성평등 정책이나 여성친화도시에 대한 컨설팅 및 교육을 진행하고 있고,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서 각종 예방교육 및 전문 강사 모니터링에 참여하고 있지요. 또한, 서울대학교 ‘역사 속의 여성문화’ 과목 강의와 방송통신대학 ‘성,사랑,사회’라는 과목 강의를 하며 집필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2.  어떻게 재능(Talent)을 찾게 되었는지? 지금의 일을 하게 된 이유는?

서울대학교 역사학과를 입학하고 보니 여학생이 저 혼자였어요. 그 당시만 해도 여자가 서울대를, 그것도 역사학과에 들어간다는 것을 어른들이 탐탁치 않아 할 시기였거든요. 저를 응원해주던 부모님도 역사학과보다는 영문학과를 추천할 정도였으니까요. 남학생 동기들이나 선배들과도 친하게 지내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소외감(자신 때문에 비용도 더 들고, 남학생들이 불편할거 같아서 MT를 한번도 가본 적이 없다는 이남희박사)과 채워지지 않는 지적인 욕구가 있었습니다. 관심 있는 것들을 함께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친구들과 모임이 필요해서 인문 모임을 만들어 저희들끼리 소소하게 모이기 시작했어요. 저희와 같은 욕구를 가진 청년들, 특히 여학생들이 많았던 시절이어서 나중에는 전국의 대학에서도 많은 청년들이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정도 규모가 되자 ‘사단법인 한국여성연구소’라는 명칭으로 열심히 활동했던 이유는 어떤 아카데미나 기관으로부터 인정받는 것보다 연구소 내에서 연구하고 스터디 하는 것을 제가 굉장히 즐겼기 때문인 거 같아요. 특히,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해 현실과 과거를 분석해 미래의 대안을 찾는 연구를 하다 보니 저는 우리나라에서 그 당시에는 어떠한 자료가 없었던 여성학에 대해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논문을 쓸 때에도 여성학을 전공한 교수님이 없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지도를 받을 수 없어서 외국에서 자료를 찾아가며 오랜 시간 걸려 공부할 정도로 열악하긴 했지만, 그것이 저에게는 또 다른 도전의 시작이었고 석사논문 후에는 제가 좀 더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어요.

나는 과거에는 어떻게 했을까? 라는 하나의 호기심으로 시작해서, 그때의 시대적 상황이 저에게 기회를 줬기 때문에 제가 이 일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웃음)

 

3.  자신만의 훈련(Training)하는 방법은?

내가 학교를 다닐 때는 여성들이 여성학에 관해서 체계화된 배움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니었습니다. 처음 여성 가족부에 갔을 때 얼마나 여성들이 정책에 진출하지 않았는지를 보고 깜짝 놀랄 정도였어요. 제가 어떤 훈련을 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다만 지금의 과제가 있는 것처럼 그 시대에 맞는 과제를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결혼을 하고 아이를 양육할 때가 힘들었던 거 같아요. 그 당시 시간강사인 남편과 번갈아 가며 양육을 해야 했고, 저희와 상황이 비슷한 부부와 협의해서 공동 육아를 했던 적도 있어요. 시간을 정해서 아이 둘을 번갈아가며 봐줬는데 그것이 독특했는지 신문에 기사가 난 적도 있구요. 과천에서 살 때에는 시민운동을 활발히 했었는데 시청 앞에서 시위하면서도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서 함께 갔었어요. 그래서인지 저희 아이가 굉장히 독립적으로 성장했고, 그 때 엄마를 함께 따라다니던 중학생이 지금 인류학석사논문으로 ‘과천시민운동’을 주제로 했더군요. (웃음)

시간적, 금전적 여유가 있어서 공부와 연구에만 집중했다면 좋았겠지만, 조바심내지 않고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던 것 같습니다.

 

4.  온/오프라인 소통(Talk) 전략은?


제가 온라인 쪽은 제대로 활용하는 법을 잘 몰라요.

오프라인은 제가 사람들과 소소하게 모여서 소통하는 것을 좋아해서 사람들

과 자주 모여서 이런 저런 얘기하면서 공유하는 편이예요.

 

5.  지금까지 시간(Time)을 견뎌온 지혜는 무엇인지?


시간이나 상황을 견딘다고 생각해 본적은 한번도 없어요.

아까도 잠시 얘기했지만, 그때 저에게 상황이 그렇게 주어졌었고, 주변에서 도와주는 분들과 의지되는 좋은 사람들이 많았었다고 항상 생각하거든요.

어떻게 보면 저는 굉장히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6.  인생 최고의 때(Timing)는 언제라고 생각하는지?


늘 지금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힘든 일도 많았고, 슬픈 일들도 있었지만, 모든 순간이 나름대로 즐겁고 행복한 순간이었어요. 이런저런 일들을 겪고, 우리 부모세대를 보면서 성공보다는 내가 즐거운 일, 다른 사람들과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나이를 먹어가는 지금도 나를 혹사시키면서 목표를 추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제동을 걸고 지금, 현재 순간을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7.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50대 중반이 되니 주위에 직장을 그만두는 사람이 많아졌어요. 이 때, 준비해 놓지 않았거나 자신의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우울한 노년을 가게 될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자신의 의지대로 잘 사는 선배님들도 있으니 그런 분들의 삶에서 해답을 찾기도 하고, 또 나의 후배들에게는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부담 주지 않는 존재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저 또한 80대 노인이 되신 아버지가 계시는데, 누구나 할 수 있는 고민이 당연히 있다 보니 이 상황을 숙제가 아닌 다른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하고 있어요. 누구에게나 돈으로 바꿀 수 없는 다른 가치를 ‘좋다’라는 것을 아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센터에서 일할 때 각국에서 온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큰돈을 벌지 않고도 괜찮은 삶이 가능한 방식을 알게 되었어요. 예를 든다면 일본에서는 일주일에 하루, 이틀만 일하고 기본 소득만을 벌고 나머지는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다른 활동을 하거든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돈을 거의 들이지 않고도 살 수 있는 것을 이야기할 기회가 많지 않지만 앞으로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과로하지 않고 삶의 질이 높은, 품위 있지만 돈은 많이 들지 않는 그런 라이프스타일을 만들고 싶습니다.

 

젠터토크에서는 어떤 것을 강조하고 싶으세요?


내가 연구한 것은 여성참정권 운동인데 결국은 그것이 개인의 어떤 선이나 선택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법과 제도가 따라줘야 원하는 삶이 가능해지거든요.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 사이, 여성들은 처절하게 투쟁하고 싸워서  참정권을 얻게 되지만 여성이라도 모두 형편이 달라요. 진정한 여성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각자 이해관계를 대변해줄 수 있는 정책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지 않았을까요.

그런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이만큼 살 수 있게 된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젠더토크에서는 제 얘기가 아닌 여성운동사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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