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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심이 만난 e-사람] 한국과 사랑에 빠진 영국 스코틀랜드 신사,가빈소시지 회장 가빈 멕카이 씨를 만나다

소통인터뷰 & 토크쇼/조연심이 만난 e-사람

by 지식소통가 2014. 3. 26.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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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사랑에  빠진 영국 스코틀랜드 신사, 가빈 멕카이 씨를 만나다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여, 작별이란 왠 말인가 가야만 하는가

어디 간들 잊으리오 두터운 우리 정, 다시 만날 그 날 위해 축배를 올리자“

영국 스코틀랜드의 시인 로버트 번스의 가곡, 올드랭사인 [Auld Lang Syne] 을 사랑하는 남자, 스코틀랜드 댄스를 가르치고, 한국과 영국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는 남자, 영국 정통 소시지, 위스키, 럭비를 사랑하고 한국 여자와 사랑에 빠진 로맨틱한 남자, 가빈소시지회장 가빈 멕카이 씨를 만났다. 스코틀랜드 산과 닮아 있어 무작정 머물기로 정한 평창동 산 언저리에 위치한 가빈소시지 공장에서 만난 가빈은 영국 신사의 품격 그대로를 지니고 있었다. 30여 년간 한국에 머물면서도 스코틀랜드를 잊지 못하며 사는 77세의 가빈에게 삶의 여유를 지니며 사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잡지표지모델이었던 가빈소시지 회장 가빈 맥카이 씨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스코틀랜드에서 한국으로 온 사람들과 만든 친선단체인 Saint Andrew's Society에서 24년 동안 회장을 역임하면서 사람들과 함께 노래 부르고, 시도 짓고, 스코틀랜드 댄스도 가르치면서 한국과 영국을 문화예술적으로 연결하는 일을 해 왔습니다.

영국외국인학교 사친회장, 영국 상공회의 부회장등을 역임했고 지금은 그 일들을 뒤에서 도와주며 끊임없이 계속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 중 영국학교에 Saint Andrew's Ball을 도입해 아이들에게도 스코틀랜드 댄스를 가르치고 관련 행사를 만들기도 했는데 꼬마 아이들이 “Thank you, Gavin!"하는 것을 들으면 그 자체로 행복합니다.

 

 

 

 

자신의 재능(Talent)을 찾은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저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Humorous, Sympathetic Communicator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에게 유머를 알며, 인간적이고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언젠가 한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거기서 유머러스하고 웃기는 부분을 맡았는데 너무 즐거웠던 기억이 나고 그렇게 유쾌하고 흥미로운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나와 만나는 사람들에게 유쾌함을 선물하는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에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이 있어도 툭툭 털고 일어나 가볍게 넘어가게 되면서 점점 더 유머러스한 사람으로 굳어지게 된 듯합니다.

사실 저 자신이나 가족보다는 공적인 일이나 그 성취감에 가치를 두는 것에 가족들은 조금 서운하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바로 저라는 사람이기에 이제는 그들도 많이 이해해주고 있습니다.

 

저는 개를 무척 좋아합니다. 그런데 실수로 제 개의 눈을 찌른 적이 있었습니다. 얼마나 아팠을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파 눈시울이 불거지곤 합니다. 살아있는 생명체에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된 것도 그 이후였습니다. 아프고 힘든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것도 저의 성향 중 하나에서 비롯한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군인이었습니다. 3형제 중 막내였던 저는 아버지의 바람대로 군인이 되었고 그 곳에서 자연스럽게 리더로서의 자질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물론 삶의 가장 기본적인 철학이나 사람들과의 소통법도 군대에서 익힐 수 있었습니다. 비록 아버지의 소원대로 군인이 되었지만 결국 그 경험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던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습니다.

 

 

산타클로스 복장을 입은 가빈 맥카이

 

정통 스코틀랜드 의상을 입은 젊은 시절의 가빈 맥카이 (오른쪽)

 

어떻게 자신을 훈련(Training)해 오셨나요?

 

어렸을 때부터 보이스카웃을 했고 왕립사관학교(San Thurst)에 입학한 후 장교 훈련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리더십이 형성될 수 있었습니다.  하루하루가 리더십의 연장이었으니까요. 제가 생각하는 리더는 본인 스스로 확신을 가지고 즐기면서 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진정으로 따르기 때문입니다.

 

젊은 시절에는 직접 럭비도 하고 다른 일들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했지만 이제 일흔이 넘은 요즘에는 스스로 운동을 하는 것보다는 보면서 즐기고 있고 다양한 정보도 인터넷을 통해 쉽게 얻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이메일을 체크하고 뉴스를 읽으면서 세상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한국에 살면서 가장 그리운 것이 바로 고향의 맛이었습니다. 그래서 홍콩에서 파는 소시지를 직접 사다 먹으며 고향의 향수를 달래곤 했었습니다. 그러다 그곳이 문을 닫게 되면서 직접 스코틀랜드에서 시즈닝을 주문해 제가 먹을 소시지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친구와 지인들을 초대해 직접 만든 소시지를 나눠 먹다보니 주위에서 팔면 어떻겠냐고 해서 소량씩 만들다가 오늘날 가빈소시지 회사를 만들게 된 것입니다. 지금도 질 좋은 소시지를 고향의 맛 그대로 만드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어 사업적으로는 아직 큰 성과를 얻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한 번 맛을 본 분들이 지속적으로 찾아주셔서 고맙게 여기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저는 실수를 통해 배우면서도 낙천적인 성격 때문에 더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군인으로 살면서 돈 보다는 명예나 사명 같은 것에 더 높은 가치를 두게 되었습니다. 거짓말을 싫어하는 저는 제가 한 약속을 어떤 상황에서도 지키려 노력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손해도 보고 얕잡아 보이기도 했지만 돌이켜보면 ‘Gavin is a trustworthy man'이라는 소중한 찬사를 들을 수가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봅니다.

 

어떻게 소통(Talk)해 오셨는지요?

 

서울외국인학교와 관련해서 많은 일을 했었습니다. 미국인학교와 영국인학교가 독립되어 있던 것을 부속학교로 단일화시켰고 학교를 운영하는 운영위원회 멤버로 한 달에 한 번 모임을 갖고 공식적인 행사를 주최하기도 했습니다.

매해 1월에 스코틀랜드의 시인 로버트 번스 (Robert Burns)의 생일을 축하하는 파티를 열었고 시를 읇고 쓰는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5월에 있는 캐주얼 스코틀랜드 댄스파티 인 Muckle Shunter (great 파티라는뜻)와 12월에 있는 정통댄스파티인 St. Andrews Ball (성인 앤드류의 탄생 축하파티) 외에도 그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스코틀랜드 댄스도 가르치면서 소통을 하고 있습니다.

 

 

정통 스코틀랜드 댄스를 추고 있는 가빈 맥카이

 

매주 영국대사관을 가는 데 그 곳에서 매주 금요일마다 영국식 카페 Pub이 열립니다. 사람들이 맥주와 함께 가빈소시지를 먹고 싶어 해서 가빈소시지와 파이를 구워서 공급하고 있습니다. 또한 매주 목요일 외국인학교에서 3시간 동안 제품과 핫도그 등을 학생들, 학부모, 교직원들을 위해 판매 하기도 합니다.

 

매해 4월이면 참전했던 사람들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가 열립니다. 우리나라 6.25 때 참전한 군인들 중 영국은 영국끼리, 캐나다는 캐나다끼리, 오스트레일리아는 오스트레일리아끼리 참전했던 용사들을 위한 의식을 하는 거에요. 저도 군인이었기 때문에 그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 사람들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20년 동안 군악대 행진과 추모 행사를 마치고 나온 참전용사들을 위해 만든 고국의 음식, 바비큐한 영국식 소시지를 진정으로 즐기는 모습을 볼 때 참으로 보람을 느낍니다. 

 

영국 찰스 왕세자의 비 다이애나를 에스코트하고 있는 가빈 맥카이

 

 

영국 대처 수상을 에스코트하고 있는가빈 맥카이

 

 

그리고 서울시에서 하는 페스티벌에 영국을 대표해서 영국대사관이랑 함께 참가를 하고, 6월이면 방배동 몽마르뜨 공원에서 한불축제를 열고 12월에는 방배동 드래곤Dragon 공원에서 French Christmas Market(프랑스 크리스마스 바자) 을 열어 가빈소시지 바비큐 파티를 열기도 합니다.

예술의 전당 야외카페 마모스에서도 5월~9월이면 가빈소시지에서 제공하는 여러 가지 바비큐 소시지 관련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답니다.

물론 온라인에서는 홈페이지(www.gavin.co.kr)와 블로그(http://blog.naver.com/gavinstory)를 통해 저와 만나실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시간(Time)을 견딘 지혜가 있다면 들려 주세요.

 

저는 어떤 일이든 무겁고 심각하게 여기지 않고 긍정적이고 유머러스하게 넘기며 살아왔습니다. 그런 저에게 가장 큰 힘이 되었던 것은 바로 ‘위스키Whisky'였지요. 럭비, 여행, 등산도 저를 지켜준 든든한 버팀목이었습니다. 14살에는 산에 올라가서 달과 별을 보며 하나님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산이 가까운 이 곳 평창동에 머물게 된 것입니다. 사실 지금도 조금만 나이가 어렸다면 아프리카에 봉사를 가고 싶습니다. 지금의 저에게는 더 큰 집이나 더 많은 돈은 의미가 없습니다. 얼마나 많이 가졌느냐보다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느냐가 더 중요한 나이이기도 하니까요.

 

 

멋스럽게 한복을 차려입고 담뱃대를 물고 와인잔을 들고 있는 가빈 맥카이

 

 

최고의 때(Timing)는 언제였나요?

 

첫 번째는 제가 사령관으로 있었던 1973~1975년에 올림픽이 열렸던 유서 깊은 경기장에서 제 부대원들이 우승했을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스포츠경기를 너무 좋아하는데 스코틀랜드가 우승하는 것이 제 개인적인 우승보다 더 큰 기쁨을 안겨주던 시절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1958년에 군대에서 장교로 승진을 했는데 승진 그 자체 보다 군대를 좀 더 도덕적, 질적으로 향상 시켜달라는 역할을 제게 요구했었다는 것이 제게는 큰 자부심이었습니다.

 

세 번째는 가빈소시지가 영국 정통 소시지로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때겠지요. 저의 진심과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소시지와 미트 파이로 사람들과 제대로 만나고 싶습니다.

 

 

가족과 함께 직접 만든 델리를 축하는 가빈 맥카이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요?

 

스카치 위스키를 마시면서 스코틀랜드 경기를 지켜보는 것이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것입니다. 그런 여유를 누리면서 살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그래도 제가 꼭 이루고 싶은 것은 제 가문에서 가장 오래 산 남자로 기록되는 것입니다. 큰형은 너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가 79세에 돌아가셨는데 그 기록을 깨고 싶습니다. 돈을 많이 버는 것과 상관없이 가족이 행복하게 오래도록 사는 것이 저의 가장 큰 꿈입니다.

또한 사업적으로는 내가 사랑하는 나의 제2의 고향 한국인들에게 보다 질 좋은 가빈소시지 제품 등을 알리고 인정받도록 나의 후손 가족들이 끊임없이 노력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단란한 가족사진

 

 

인터뷰 내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면서 소박한 삶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 수 있는지를 일깨워준 귀한 시간이었다. 요즘 사람들이 더 많이 가지고 누리기 위해 조급해하며 사는 모습과 비교해 볼 때 지금 가진 것으로도 충분히 행복을 누리며 살고 있는 스코틀랜드 할아버지에게 마음의 여유를 배울 수 있게 된 것이다. 빨간 옷의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나 KFC의 대령 커넬 샌더슨의 모습을 닮은 가빈 멕카이 씨! 그의 가문에서 가장 오래 산 남자로 기억되고 싶다는 소박한 꿈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인터뷰를 마친다.

 

 

4월 12일 Gavin과 만날 수 있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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